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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돈뭉치, 지부장 형이 브로커 짓…한국GM 채용비리 백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GM 채용 비리에 가담한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간부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채용된 346명 중 123명인 35.5%가 성적조작 등 비리로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7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전 부사장 A씨(58)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과 간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금속노조 한국GM 전·현직 노조간부 17명을 붙잡아 지부장 B씨(46)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및 구약식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생산직 직원 4명 등 8명도 불구속 및 구역식 기소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자수한 42명은 입건유예 처분했다.

A씨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 3명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하청업체 직원들을 생산직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해 부정 합격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노사협력팀 상무와 부장 등 간부 2명은 2015년 9월 정규직 전환 대가로 취업자로부터 2000만∼25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노조 간부 등 취업 브로커들이 청탁을 하면 인력관리팀에 지시해 서류 전형과 면접 점수를 조작해 탈락자를 합격자로 둔갑시켰다.

이런 방법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채용된 정규직 합격자 346명 중 35.5%인 123명이 부정 합격했다.

B씨 등 전·현직 노조 핵심간부 17명과 생산직 직원 4명도 2012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사내에서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입사 희망자들에게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3억3000만원을 각각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비리와 관련된 금품 수수액은 모두 11억5200만원인데 노조 핵심간부 등 17명이 챙긴 돈만 75.7%인 8억7300만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전 노조위원장 C씨(51·구속기소)와 C씨의 형이자 한국GM 생산직 직원으로 일하는 D씨(58·구속기소) 형제는 9명으로부터 취업 알선 대가로 2억4100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D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직원 채용 전문 브로커’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결과 한국GM의 정규직 채용비리는 회사 임원과 노조 핵심간부들이 맺은 공생 관계를 토대로 각자 잇속을 챙기며 장기간 진행됐다.

노조지부장 등 사내 채용 브로커들이 취업자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후 인사담당 임원에게 청탁했고, 사측 임원들은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채용 성적까지 조작하며 불법 취업을 도왔다.

불법 취업자들은 정규직이 되면 연봉이 배 가까이 오르고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 혜택 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까지 얻을 수 있어 몇 년 일하면 채용 브로커에게 준 돈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노조 간부 등에게 금품을 주고 정규직 직원 전환·채용을 요청했다. 일부는 취업브로커가 요구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거나 친인척에게 돈을 빌리고, 노모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채용비리 수사 전 파악한 한국GM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서도 노사협력담당 상무 C씨(58) 등 임원 2명을 기소하는 등 모두 13명(6명 구속기소)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전 노조 지부장 E씨(55)는 2013년에서 2014년까지 선정 대가로 생활용품 선물세트 납품 업체 등으로부터 5억6000만원의 뒷돈을 받았다.

그는 이 돈을 집 천장에 4억원, 차량에 5000만원의 현금다발로 숨겼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을 모두 범죄수익금으로 보고 환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한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공고한 비리 구조의 벽에 막혀 정규직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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