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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짜리 현대차 수퍼보울 광고, 미국이 박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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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NFL 광고 경제학

‘풋볼은 가족이다(Football is Family).’

폴란드 파병된 군인과 가족 등장
‘풋볼은 가족’ 감동 메시지 전해

1억명 지켜봐 … 시청률 50% 육박
초당 단가 56억원에도 확보전 치열
에어비앤비 ‘반트럼프’ 광고도 눈길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인 프로풋볼리그(NFL)가 내건 슬로건이다. NFL은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 ‘풋볼은 가족이다’라는 주제 아래 여러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올려놨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러닝백 디안젤로 윌리엄스는 이 인터뷰를 통해 왜 핑크색 머리장식을 고집하는지 설명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나아가선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그는“선수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핑크색을 고집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힌다.

해마다 2월 첫째주 일요일(또는 1월 마지막 일요일) 저녁이 되면 미국인들은 TV앞에 둘러앉는다.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보울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수퍼보울이 열리는 일요일은 ‘수퍼 선데이’로 불린다. 수퍼 선데이엔 거리도 한산해진다.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TV로 수퍼보울을 시청하기 위해 집에 머물기 때문이다. 피자나 치킨을 곁들여 맥주를 마시면서 가족들과 함께 수퍼보울을 시청하는 건 이제 대표적인 미국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해마다 같은 날 열리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피닉스 오픈 최종 라운드엔 눈에 띄게 갤러리가 줄어든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 3라운드에서 20만명을 넘었던 갤러리 수가 수퍼보울이 열리는 마지막날인 5일(현지시간)엔 5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수퍼보울에서 미국 전역에 방영된 현대차의 광고. 해외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이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수퍼보울을 관전한다는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했다. [AP=뉴시스]

올해 수퍼보울에서 미국 전역에 방영된 현대차의 광고. 해외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이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수퍼보울을 관전한다는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했다. [AP=뉴시스]

‘풋볼은 가족이다’ 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파크에서 열린 제 51회 수퍼보울에도 가족을 소재로 한 여러가지 광고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에도 가족을 주제로 한 제네시스 광고로 톡톡한 재미를 봤던 현대차는 올해는 한 발 더 나갔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광고를 제작해 ‘가족애’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폴란드에 파병된 미국 군인들이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족들을 만나 수퍼보울을 함께 관전한다는 내용의 1분여 짜리 광고다. 이 광고가 나간 이후 미국의 관련 사이트엔 ‘역대 최고의 수퍼보울 광고’란 댓글이 이어졌다.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 월드와이드(IWA)는 특히 사상 최초로 수퍼보울 당일 현장의 경기장면을 촬영한 뒤 발빠르게 광고 내용에 집어넣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광고는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 앞서 TV전파를 탔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광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튜브 캡처]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광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튜브 캡처]

미국에서 풋볼은 ‘가족’이지만 거대 산업이기도 하다. 아빠가 마시는 맥주(버드와이저), 온가족이 함께 타는 자동차(현대기아차, 아우디, 렉서스), 가족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신사(T-mobile) 등은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 기업들은 수퍼보울에 앞다퉈 광고를 내보낸다. 지난해 2월 열린 제 50회 수퍼보울을 시청한 사람 수는 1억1190만명으로 집계됐다. TV시청률은 무려 49%나 됐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수퍼보울 광고를 봤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1967년 제1회 수퍼보울 당시 4만2000달러(약 4700만원)였던 광고단가(30초 당)가 올해는 최고 500만달러(약 56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광고료를 집행하면서도 수퍼보울 광고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퍼보울 광고는 다국적 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경연 무대이기도 하다. 수퍼보울 광고는 TV를 통해 단 한차례 방영될 뿐이지만 광고 효과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해마다 수퍼보울이 끝나면 미국인들은 어느 기업이 광고를 제일 잘 만들었는지 열띤 토론을 벌인다.

미국 언론들도 20여개의 수퍼보울 광고를 놓고 순위를 매긴다. 30초~1분 짜리 수퍼보울 광고는 또 인터넷과 유튜브(Youtube) 등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올해는 현대차의 광고와 함께 에어비앤비(Airbnb)와 코카콜라의 광고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해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고 섬기든, 우리는 모두 하나” 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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