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왜 대화 녹음했냐” 이성한 사무총장 직접 신문

중앙일보

입력

최순실(61)씨가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직접 "왜 대화를 녹음했냐"고 따져 물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회공판에서 최씨는 "다른 죄는 받는대로 받는데 이건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겠다"며 이 전 사무총장을 상대로 직접 신문을 했다.

최씨가 억울함을 토로한 건 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한강 공원 주차장에서 최씨와 고영태(41)씨를 만났을 때 녹음한 대화내용이 재판에서 공개되면서다. 해당 녹음파일엔 미르재단 관련 문제가 언론 등에서 불거지자 최씨가 책임을 차은택(49)씨와 이 전 총장 등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최씨는 "그날 녹음할 수 있으니 고영태씨가 (이 전 사무총장의) 전화기를 걷었는데 대체 무엇으로 녹음을 했냐"고 물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주머니에 녹음기가 있었다"고 답하자 "완전 계획적이다. 게획적으로 가져왔네"라며 격앙된 소리로 말했다.

이 전 총장이 "(최씨가) 저를 미친놈으로 생각하니까 그랬다"고 말하자 "아니 나는 미친놈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곧바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최씨는 "그때 (이 전 총장이) 한미약품의 컨설팅을 했는데 돈을 받을 것이 몇 십억이 있는데 돈을 안줘서 소송을 해야 된다며 이 전 총장의 땅을 사주든지 아니면 5억원을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질문했다. 이씨가 이를 부인하자 최씨는 "아니다 내가 분명히 들었다. 하늘에 맹세하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냐"고 재차 물었다.

둘의 설전은 재판부가 제지하면서 끝났다. 최씨는 휴정 후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이 전 총장 쪽을 노려보기도 했다.

김선미·김나한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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