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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경주마 '제2의 삶' 여는 경북 영천시

중앙일보

입력

1700여 마리. 매년 국내에서 경주마로서의 수명이 다해 퇴역하는 말의 숫자다. 보통 말의 수명은 25년 정도지만 경주마는 5세만 넘겨도 중년 취급을 받는다. 젊은 나이에 퇴역한 경주마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목장이나 공공기관에 분양되는 경주마는 복 받은 경우다. 전체 퇴역 경주마의 30% 정도가 승용마가 돼 '제2의 마생(馬生)'을 산다.

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식용으로 식당에 팔려간다. 아직 쓸 만한 말을 식용으로 처분하는 이유는 경주마를 승용마로 조련시키기가 어려워서다. 평생 달리기만 했던 경주마는 오랫동안 걷기만 하면 답답해 날뛴다. 전문 기술이 없는 일반인이 퇴역 경주마를 그냥 탈 경우 사고 위험이 높은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경북 영천시는 국내 최초로 퇴역 경주마를 훈련해 승용마로 전환하는 조련 기술을 관련 농가 등에 보급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승용마 조련을 위한 매뉴얼도 제작한다. 이를 위해 영천시는 한국마사회와 함께 이달 9일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일본 승마클럽 ㈜크레인 소속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연수에 나선다. 영천 운주산승마조련센터와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전북 장수군 장수목장을 순회하며 교육하는 방식이다. 교육 대상은 전국 말 관련업계 종사자 30명이다. 6일까지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특히 교육이 이뤄질 운주산승마조련센터는 퇴역 경주마의 전문적 전환 훈련이 가능한 곳이다. 1만여㎡ 부지에 조련장, 말 경매장, 번식 시설, 마사 등을 갖췄다. 지난해 퇴역 경주마와 목장에서 위탁한 말 80여 마리를 조련했다. 조련한 말로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평가대회(BRT),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대회에 참여해 1~2등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해외 전문가의 교육을 토대로 승용마 조련 과정 매뉴얼이 제작될 것"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 및 말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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