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 인터뷰] SNS에 ‘자살’ 암시 글 뜨면, 핫라인 통해 바로 도움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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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온라인 안전’ 총괄 데이비스 본부장

안티고네 데이비스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은 “SNS에서 사용자들의 안전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최고 수준의 안전시스템과 전문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페이스북코리아]

안티고네 데이비스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은 “SNS에서 사용자들의 안전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최고 수준의 안전시스템과 전문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페이스북코리아]

자살 생중계, 테러 위협부터 집단 사이버 따돌림까지…. 최근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은 오프라인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부터 예방 방안까지 뚜렷한 매뉴얼도 없다. ‘온라인 안전’이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페북 모든 부서에 안전 관련 직원
사용자 보안 위해 최첨단 방법 동원
안전 확인, 실종 경보 시스템도 가동
재난 현장 알리고 아동 700명 찾아줘
사이버 왕따, 학교 폭력으로 이어져
전문기관과 협력 통해 해결책 찾아
부모들, 자녀와 SNS 소통하려면
8~10세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좋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안티고네 데이비스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안전 전문가다. 지난달 19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서 데이비스를 만났다. 그는 유네스코와 이화여대가 공동 주최한 ‘학교 폭력 및 괴롭힘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데이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사이버 보안, 사이버 폭력 등 온라인 안전 및 오프라인 안전에 관한 모든 페이스북의 정책을 수립한다. 데이비스는 변호사 출신으로 페이스북에 합류하기 전 10여 년간 메릴랜드주 검찰청장 밑에서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었다. 변호사가 되기 이전에는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안전과 연관 짓는 것이 낯설다. 소셜미디어에서 정의하는 ‘안전’은 물리적 위협, 폭력과 같은 오프라인 안전과는 다른 것 같다.
“페이스북은 하나의 커뮤니티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 가장 중요한 순간을 공유한다. 단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에 한해서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고 내가 올린 사진과 영상은 원하는 사람에게만 공유돼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첨단의 좋은 도구를 쓴다.”
IT 기업에 ‘글로벌 안전’이라는 이름의 부서가 있는 것이 놀랍다. 왜 이런 부서가 생기게 됐나.
“페이스북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좀 더 개방적인 모습으로 세상에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본사 내 모든 부서에는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 안전을 유지하는 엔지니어도 있고, 안전정책을 검토하는 직원도 따로 있다. 마케팅과 교육 부서에서도 예외는 없다. 그만큼 우리가 안전을 중요하고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들 대부분은 페이스북으로 오기 전 안전과 관련한 전공, 직업을 가졌다. 폭력 범죄를 전문으로 하던 검사 출신의 직원도 있다. 나 역시 프라이버시 및 안전 전문가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안전’이란 개념이 사실상 전무한데 선진국은 다른 것 같다.
“미국에는 1998년 제정된 어린이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이 있다. 13세 이하의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함부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사업자가 이들의 정보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유럽연합(EU)도 내년에 비슷한 법안을 발효한다. 호주는 아이들의 온라인 안전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이 따로 있다.”

페이스북은 사건·사고 등 오프라인 안전에 대한 책임감도 강조한다. 2014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안전 확인(Safety Check)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진을 비롯한 재난·재해 현장에 있는 사용자가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자신이 무사한지를 알리는 기능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람들이 SNS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안에서는 사람들의 진짜 정체성(authentic identity)이 서로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지원하려 한다. 안전 확인 시스템이 더 확대되면 더 많은 이를 도울 수 있다. 실종 아동과 관련한 정보를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도 있다. 96년 처음 도입한 ‘아동 실종 경보(Amber Alerts) 시스템’은 한국에서도 2015년 7월 도입돼 경찰청과 협력하고 있다. 유괴나 실종 가능성이 큰 아동에 관한 정보를 실종 지역 내 페이스북 사용자 뉴스피드에 띄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700명이 넘는 아동이 이 시스템 덕분에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지난달 초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한 12세 소녀가 자살하는 모습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으로 여과 없이 유통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런 영상이 왜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인지, 또 이런 유해성 콘텐트에 대한 삭제 권한은 과연 누구에게까지 부여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페이스북은 이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사안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페이스북이 콘텐트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전문기관과의 협력이다. 우리는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보면 사법기관이나 자살방지 전문가에게 곧장 연락한다. 페이스북은 플랫폼 전문가일 뿐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전문 지식을 가진 이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려고 한다.”

온라인에서의 자살을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자살 징후가 보이는 사람을 발견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역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고 이들을 돕는 방법을 알려준다.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전문기관이 곧바로 연락을 취하는 방법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를 돕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동 착취로 보이는 게시물이 보이면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Exploited Children)가 즉각 나선다. 한국에서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연결돼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이버 폭력도 문제다.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고백하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문제는 대개 온라인 따돌림과 오프라인 따돌림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이버 폭력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를 전해줄 의무가 있다. 미국 예일대 감성지능센터와 함께 ‘온라인 폭력 예방 허브’를 만들었다. 온라인 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조언해준다면.
“부모들은 자녀들과 매우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녀들이 주요 이용하는 사이트와 기술을 알 수 없다. 자녀와 온라인에 관한 대화를 빨리 시작하라. 아이가 14세가 넘어 정체성을 구축할 때 대화를 시작하면 늦는다. 8~10세에 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연말 문을 연 ‘부모를 위한 포털 공간(Parents Portal)’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전문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있고 이들 기관으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온라인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는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가 올리는 잔인한 영상을 즉시 삭제하는 정책을 세웠다. 구글은 아동 포르노와 같은 유해 콘텐트를 원천적으로 차단·삭제하기 위한 이미지 분류 기술(해싱·hasing)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와 다음 등이 어린이 전용 사이트 및 관련 정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S BOX] ‘온라인 폭력 예방 허브’서 학생·부모·교사들의 대처법 조언

페이스북은 미국 예일대와 함께 만든 ‘온라인 폭력 예방 허브’(www.facebook.com/safety/bullying)에서 사이버 폭력과 같은 난처한 상황을 학생·부모·교사들이 각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먼저 사이버 폭력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내 계정에 대한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고 필터링하라” “나중에 자초지종을 입증하기 위해 게시물별 날짜와 시간을 따로 적어 둬라”고 강조한다. 믿을 만한 어른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쓸 만한 예문도 함께 소개돼 있다.

자녀가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부모에게는 ▶타인의 방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장소부터 찾을 것 ▶아이에게 이야기하기 전 자신의 감정부터 추스를 것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공감하는 태도로 물어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자신의 자녀가 다른 사람을 괴롭혔을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페이스북은 “아이의 말을 유도하거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괴롭힘당한 학생과 아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친절·존중 등 아이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함께 대화하면서 아이가 깨닫게 해야 한다.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와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도 소개돼 있다. 교사에게는 “피해자 학생의 안전과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괴롭힘도 학교가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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