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마이크] 반기문 불출마 선언, 어떻게 보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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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선정국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돌발 선언하자 대선주자들은 각자 주판알 굴리기에 나섰습니다.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불출마 발표 이후 이틀동안 시민마이크에는 7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다소 거친 표현들이 섞여 있지만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에 실명으로 올라온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해 드립니다.

이틀간 7만5000명 ‘시민 마이크’ 쏟아져
“허수 빠져…후보들 나라 위해 진검승부를”

‘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의 속내는 갈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언급한 시민이 상당수를 이뤘다.

김광국씨는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통령 후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주씨도 “안보를 생각하는 군과 경찰에 힘을 실어 주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가원수가 되길 바란다. 박 대통령님 탄핵기각이 시급하다”고 썼다. 불출마 발표 직후 이뤄진 JTBC 여론조사 결과와도 유사한 반응이다. 이유를 적지 않고 황 대행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쓴 글이 주류를 이뤘다.

황 대행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존 리씨는 황 대행에 대해 “박근혜-최순실 공동정권의 집사 노릇을 한 황교안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황교안 지지자를 가장한 ‘샤이 박근혜’가 넘쳐난다”는 비판도 했다.

“황교안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박근혜 지지한다는 소리 하기 창피하니 황교안을 지지한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글은 가장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검증된 사람”이라고 칭하거나 “합리적인 사고와 투명성 때문에 유승민이나 안희정이 지지받길 희망한다”(김정기)는 글도 올라왔다. “중도보수로 반 전 총장과 성향이 비슷하니 유승민의 상승세가 가파르게 오를 것”(김태순)과 같은 주장도 있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대해 신랄한 비판도 올라왔다. “짧은 시간 내에 대선주자 꿈꾸는 자가 해선 안 될 일 다 보여줬다”(이동현)거나 “속된 말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박기남) 같은 이야기다. 박씨는 특히 “평생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정해진 길만 걷고 고위직이 된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보필을 받는 데만 익숙한 사람이 지금처럼 혼란한 시국에 한국에서 정치하겠다고 나섰으니 한참 오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 등 혼란한 정국에 지친 시민들은 “누가 해도 똑같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안 생긴다”(김정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허수가 빠진 상황에서 누가 나라를 위해 더 봉사할 것인가를 두고 (대선주자들이) 진검승부 해야 한다”(설재혁),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김애은)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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