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통한 선거조작 우려해 네덜란드 내달 총선 수개표하기로

중앙일보

입력

네덜란드 정부가 해킹을 통한 외부의 선거 조작을 우려해 다음달 치러지는 총선의 개표를 모두 손으로 집계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널드 플라스터크 네덜란드 내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국회에 서한을 보내 개표 결과를 집계하는 정부의 소프트웨어가 오래돼 해킹 위험이 높다는 보도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국가가 네덜란드의 정치적 결정과 여론에 영향을 줘 이익을 얻으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총선 결과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거구에서 투표 결과를 수기로 집계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러시아 정부가 민주당 e메일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네덜란드 정부가 이같은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플라스터크 장관은 현지 RTL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포함해 외국 국가기관이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관심을 보인다는 징조도 있는 만큼 총선 때 질 좋은 펜과 종이에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다음달 15일 총선이 치러지는데, 올해 예정된 유럽연합(EU) 국가 선거 중 첫번째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등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향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극우 반무슬림주의자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극우 정당이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유럽에서 극우 경향이 확산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