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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컨택트 vs 라이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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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금 영화관에선
이 영화, 볼만해?

컨택트

원제 Arrival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이미 애덤스, 제레미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원작 테드 창
각본 에릭 헤이저러 촬영 브래드포드 영 음악 요한 요한슨
장르 드라마, SF 상영 시간 11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일

줄거리 지구에 외계에서 온 반구형 셸 12개가 당도한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외계인과 의사소통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과 함께 7개의 촉수를 지닌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를 만난다.

별점 ★★★☆ ‘그을린 사랑’(2010)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 등을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첫 번째 SF. 세계 평단이 차세대 작가 감독으로 꼽는 그는 SF 장르를 빌려 어떤 이야기를 하려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컨택트’는 그가 전작에서 꾸준히 탐구해 온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을 다루진 않는다. 과학 소설가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1988)를 원작으로, ‘알 수 없는 존재와의 소통’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선보인다.

원 모양 이미지로 된 표의 문자. 루이스는 이렇게 특이한 헵타포드의 언어를 해석하고,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컨택트’가 가장 힘줘 묘사하는 대목이자, 빌뇌브 감독의 압도적이고 신비로운 영상미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행위의 본질. 그것은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타자와 마주 보게 되는 것이다. 루이스의 탐구 과정은 지금 우리가 종종 잊는 그러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컨택트’는 이렇게 ‘언어’라는 추상적 개념과 SF 장르를 결합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다. 여느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감흥을 주는 신개념 SF다. 어쩌면 이 자체로 충분히 놀라운 영화적 성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은 자못 아쉽다. 극 중후반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며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루이스. ‘컨택트’는 언어학을 명석하게 끌어안았지만, ‘시간의 의미’까지는 잘 엮어 내지 못했다. 보는 이에 따라 사소한 반전 혹은 이 영화가 내민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 요소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반전이 초중반에 펼쳐 낸 ‘언어와 타자에 관한 이해’라는 주제를 제대로 살렸는지 의문이다.

빌뇌브 감독은 ‘컨택트’로 변치 않는 연출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정말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그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묻고 싶어지는 영화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 물리 법칙이 아니라, 철학으로 접근하는 영화. ‘언어’를 동력 삼아 인류와 외계인, 철학과 과학, 언어와 사고, 현재와 미래 사이를 신비롭게 오간다. 시(詩)적인 언어와 영상으로 빚은 우아한 SF영화. 백종현 기자
★★★★ 외계인과의 언어 소통을 통해 결국 인간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성숙한 SF 스릴러. 강력하되 허술한 반전에 주의를 뺏기기보다, 이해와 곡해 사이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루이스의 성장을 눈여겨볼 것. 고석희 기자

라이언

원제 Lion
감독 가스 데이비스
출연 데브 파텔, 써니 파와르, 루니 마라, 니콜 키드먼, 데이비드 웬햄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8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일

줄거리 인도의 어느 시골 마을, 다섯 살 사루(써니 파와르)는 형 구뚜(아비셱 바라트)를 따라나섰다 기차역에서 잠드는 바람에 혼자 기차를 타고 1680㎞ 떨어진 캘커타(콜카타의 옛 명칭)에 도착한다. 몇 달 동안 거리를 떠돌던 그는 호주의 브리얼리 부부에게 입양된다. 서른 살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인터넷 위성 지도에서 인도의 고향 마을을 찾기 시작한다.

별점 ★★★☆ 인터넷 위성 사진 프로그램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생모를 찾은 사루 브리얼리의 실화를 엮은 수기 『집으로』(원제 A Long Way Home, 인빅투스)를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펼쳐 보인다. 흙먼지가 날리는 인도의 가난한 시골 마을, 하루 종일 형 구뚜를 졸졸 따라다니는 똘똘한 꼬마 사루의 똥그란 눈동자가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4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린 사루 역에 캐스팅된 써니 파와르의 연기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난데없이 모르는 세상에 떨어진 사루의 눈망울 가득히 그가 느끼는 호기심과 두려움, 안도감, 용기 등 갖가지 감정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하루아침에 집으로부터 멀어진 어린아이의 처지를 신파로 몰고 가지 않으면서도 유려한 영상을 통해 풍성한 감성을 전달하는, 호주 출신 감독 가스 데이비스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건실한 청년으로 자라난 사루가 인도의 가족을 찾는 데 매달리는 과정을 그리는 중후반부에 들어서도, 이 영화는 여러 인물의 입장과 감정을 사려 깊게 살핀다. 사루를 진심으로 아끼는 호주인 엄마 수(니콜 키드먼)가 또 다른 입양 자녀(디비안 라드와)에게 쏟는 사랑이나, 사루와 그의 여자친구 루시(루니 마라)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점이 그렇다. 순간의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니콜 키드먼과 루니 마라의 존재감이 빛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을 실제 인물의 영상으로 장식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가 직전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감정의 탑, 그 정점을 실화의 감동으로 성급하게 마무리 짓는 인상이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처럼, 이 영화는 기적이 인간이 만들어 낸 필연이라 말한다. 엄청난 일을 실행에 옮긴 한 인간의 결단과 의지가 감동을 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이지영 기자

사랑의 시대

원제 Kollektivet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트린 디어홈, 율리히 톰센, 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 헬렌 레인가르드 뉴먼 장르 멜로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월 2일

줄거리 유명 앵커 안나(트린 디어홈)는 남편 에릭(율리히 톰센)이 대저택을 상속받자, 친구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 보자고 제안한다. 주저하던 에릭은 딸 프레아(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까지 찬성하자 마지못해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미모의 대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르드 뉴먼)의 등장으로 공동체 생활은 좌초 위기를 맞는다.

별점 ★★★ 모국 덴마크의 가족·공동체 문화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오랜 테마다. 영화의 순수성 회복을 외친 ‘도그마 95 선언’을 반영해, 제5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초기작 ‘셀레브레이션’(1998)부터 말이다. 한 소녀의 거짓말로 삶이 뿌리째 뽑힌 유치원 교사의 공포감을 파고든 ‘더 헌트’(2012)까지, 그는 공동체와 개인의 갈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인물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포착해 왔다.

그러나 ‘사랑의 시대’는 소재와 인물 묘사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의 폭발력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건, 빈터베르그 감독의 공동체 탐구의 원점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극의 무대는 세상의 모든 권위에 도전했던 ‘프랑스 68혁명’ 정신이 전 세계로 번져 나간 1970년대 덴마크. 당시 소년이었던 빈터베르그 감독은 사회적 관습을 탈피한 공동체 속에서 자라던 중 부모의 이혼을 맞닥뜨렸다. 그는 10대 소녀 프레아를 자신의 분신 삼아 이 작품을 연극으로 먼저 공연한 후 스크린에 옮겼다. 극 중 아홉 남녀가 서로 거리낌 없이 알몸을 드러낼 만큼 자유분방하고 유쾌하게 출발한 공동체 생활은, 이내 생활 습관과 빈부 격차로 인해 균열을 빚는다. 흥미로운 건 따분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 생활을 주도했던 안나가 가장 먼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무너져 내린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남편보다 우월한 지위와 재력으로 아쉬울 것 없이 살던 그가 새로운 여성 때문에 흔들리는 과정이 통속적인 불륜 치정극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인 어 베러 월드’(2010, 수잔 비에르 감독) 등에서 호연을 펼친 트린 디어홈의 섬세한 열연도 양날의 검이다. 나머지 등장인물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안나 캐릭터가 극을 압도해, 이 영화의 주제가 다소 모호해지고 말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더 헌트’에서 집단의 폭력성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거장의 손길은 어디갔을까. 전반부의 공동체 탄생은 따분하게 이상적이고, 후반부의 공동체에 대한 회의는 지루하게 전형적이다. 김효은 기자

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

감독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김양래
출연 이윤혁, 윤학병, 임영석, 장훈, 이남규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9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일

줄거리 희귀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물여섯 살의 이윤혁은 2009년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정비사 윤학병이 팔을 다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별점 ★★★☆ 다큐멘터리 내내 이윤혁은 누구보다 씩씩한 모습으로 자전거를 탄다. 그가 암 환자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죽음에 굴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뜨거운 활기를 불태우는 그 모습이,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불현듯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대들은 소중한 삶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고. 영상이 거칠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살아 숨 쉬는 인간의 드라마, 그 생생한 감동이 단점을 덮는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 걸작 탄생! 죽기 전에 꼭 보길
★★★★ 훌륭하네. 강추할 만
★★★ 이만하면 볼 만하지
★★ 안타깝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 헐! │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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