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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게 “공부하고 오라” 소리쳤던 강봉균…투병 중에도 ‘경제’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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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3일 서울 새누리당 당사.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고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농담 때문이었다.

31일 별세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잇따라 꽃다발을 건네자 김 대표의 것을 보곤 ‘비박’, 원 원내대표의 꽃을 두곤 ‘진박’의 것이냐고 물었다.

진박-비박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리고 오직 ‘진국’들이 이끌어가는 당이라는 신뢰를 확보하기 바란다는 뼈 있는 농이었다. 당시 강 전 장관은 야당을 겨냥해선 “표를 얻기 위해 그럴듯한 말을 해놓고 나중에 책임을 안 지는 이런 사람들은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투병 중에도 경제 원로로서 내수·수출 동반 둔화, 저성장 고착화 등 경기 난국을 헤쳐 나갈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강봉균 전 장관. [중앙포토]

사실 강 전 장관은 2002년 강현욱 당시 의원의 전북지사 출마로 치러진 군산 재·보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18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을 주도했다.

그런 그의 새누리행을 두고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대학 동문이자 경제 관료 출신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강 전 장관의 성향은 새누리당에 훨씬 가깝다”며 “올 사람이 왔고, 선대위원장으로 그만 한 인물이 없다”고 평했다.

새누리당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강 전 장관은 당시 ‘한국판 양적완화(돈 풀기)’를 주장했다. 그는 당시 “중앙은행이 이제는 인플레만 막는 역할(물가 안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경제가 가라앉으면 그것을 일으키고 금융시장에 돈이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나 일본이 시중의 자금을 그냥 풍부하게 만드는 양적완화를 했다면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데 분명한 목표를 두고 한은의 지원을 받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의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언론이 자신이 발표한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직 경제부총리·장관 만찬 간담회에서 “제가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는 (대책을) 걸 발표해도 TV에서 토론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며 “정책을 설명해도 (언론이)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겐 “경제 공부 좀 하고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불쾌해 한 기자들은 없었다. 불만이라기보다는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의 말에서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경제 원로로서 언론 등을 통해 내수·수출 동반 둔화, 저성장 고착화 등 경기 난국을 헤쳐 나갈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지난해 9월에는 투병 중에도 2년 임기의 대한석유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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