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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1500개 판교 벤처 하나로 묶는 온라인 플랫폼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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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진석(오른쪽) 업(Up) 대표와 이도경 IBK기업은행 판교테크로밸리 지점장이 26일 판교에 위치한 판교에가면 본사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박진석(오른쪽) 업(Up) 대표와 이도경 IBK기업은행 판교테크로밸리 지점장이 26일 판교에 위치한 판교에가면 본사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한국 벤처의 심장인 경기도 판교의 테크노밸리에는 도보로 20분 거리 안에 15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이 한 데 모이면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로 시너지를 낼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각자 사업에 몰두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해 벤처 붐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관(官)이 주도하다 보니 기업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박진석(48) 주식회사 업(UP)대표가 판교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순수 민간 주도 플랫폼 ‘판교에가면’을 창업하게 된 것은 이런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서다.

박진석 업(UP) 대표
지난달 ‘판교에가면’ 홈피 개설
사이버 IR, 기업교류 등 시너지 기대
스타트업 창업부터 투자유치까지
멘토단 60명 구성, 무료자문도

판교에가면은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에서부터 성장, 투자 유치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기술이 있어 창업은 했지만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 투자자는 어떻게 모아야 할 것인지, 투자자에게 보여줄 재무제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모든 면에서 막막해 하는 기업들에게 무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컨설팅에는 벤처캐피털 13곳이 참여하는 투자 자문단부터 회계사와 변호사, 세무사, 홍보전문가 등 60여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재능 기부에 나선다. 이들 멘토들은 올해 1월1일 판교에가면(www.gopangyo.com)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전부터 자원 봉사에 나서기로 의기투합했다. 회원사를 모집하기 전 멘토단부터 꾸린 것은 홍채인식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며 어려움을 몸소 겪은 박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판교에가면은 판교에 입주한 1500여 기업을 모두 회원사로 참여토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마중물로 IBK기업은행 판교테크노밸리 지점, 판교 소재 상장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판교 1조클럽’과 비상장기업 임원 모임인 ‘판교 프리(Pre) 1조클럽’이 동참한다. ‘1조원의 기업가치와 매출액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로 결성된 이들 70여개 기업은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 혁신을 자신의 회사에 접목할 방안을 판교에가면을 통해 찾아볼 방침이다.

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9명은 회원사 모집을 위해 판교에 있는 기업들을 전수조사해봤다.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곳은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전 임직원이 판교판 ‘대동여지도’ 작성에 나선 것은 입주 기업 정보를 모아 빌딩 단위로 조회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발로 뛴 보람도 있었다. 판교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찾으려면 판교에가면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기업들로부터 업무협약(MOU) 제안이 잇따라 들어오기도 했다. 종합상사 대우네트웍스와 판교 입주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MOU를 2월 체결하기로 했고, IBK투자증권과도 판교에 특화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개설하기로 했다.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라면 판교에가면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기업을 소개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기업설명회(IR)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설명회는 시·공간적 제약으로 기업을 상세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인터넷과 동영상 콘텐트를 활용하면 자유롭게 벤처기업이 가진 기술과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 더불어 멘토 60여명으로부터 전문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자문도 얻을 수 있다.

사이트를 개설한 지 한달 여 만에 홍채인증 알고리즘 기술기업 마이디바이스와 스마트 차량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마카롱 등 판교 소재 기업들이 이 채널을 활용해 홍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박 대표는 “기존 오프라인 IR 행사에선 참여 기업에 배정되는 시간이 기껏해야 5분에 불과하고 일회성에 그쳤다”며 “동영상 IR을 활용하면 투자 유치뿐 아니라 IT와 BT 기업 간의 융합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판교에가면 사이트는 온라인 IR 뿐 아니라 판교 기업을 위한 종합포털도 표방한다. 1500여개 기업 정보 외에도 판교 지역의 580개 음식점 정보도 수록돼 있다. 앞으로는 음식점 뿐만 아니라 병원, 약국, 은행, 학교의 위치정보 등 생활정보들도 모아나갈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말에 연극과 콘서트, 뮤지컬, 게임배틀 등 문화 행사를 열어 판교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도 해나갈 방침이다.

초기 자본금 4억원으로 시작한 판교에가면 플랫폼은 스마트업 기업에 엔젤·벤처투자가 성사되는 데 대한 수수료와 지역 음식점을 고객으로 한 핀테크 사업에서 수익원을 찾고 있다. 식당 예약과 배달 주문은 물론 고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 대에 할인 메뉴를 거래하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판교에 있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인 ‘판교몰’도 연다.

판교에서 시작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서울 강남의 테헤란 지역 벤처기업들도 하나로 묶는 ‘강남에가면’ 등 다른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플랫폼 이용자들이 늘어나면 검색광고 등 자연스럽게 수익원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강남과 부산 등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과 연결해 전국적인 포털로 만들 계획”이라며 “해외 기업까지 참여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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