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SK에 80억원 '비덱' 송금할 것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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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사진)씨가 SK에게 자신의 독일 법인인 비덱스포츠에 80억원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8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씨가 SK 사람을 만나라고 지시했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이는 앞서 "최씨 지시로 SK에 80억원 투자를 요청했다"던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주장을 비롯,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기재내용과 일치한다.

앞서 지난 24일 열린 7차 공판에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씨가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를 서둘러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노씨는 당시 "최씨가 '삼성과 빨리 계약해야 한다'며 법인 설립을 지시했고, '독일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들 계획인데, 네가 대표로 가라'고 지시했다"며 "최씨가 '정상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페이퍼컴퍼니 사이트 등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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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과장은 이날 최씨의 지시로 박영춘 SK 전무와 만나 가이드러너 30억원, 독일 전지훈련 예산 50억원 등 총 8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전 과장은 "사업 타당성을 고민한 것도 아니고, (전지훈련에) 몇명이 갈지도 정하지 않고 예산안만 짜서 당황했다"며 "(SK 측에서도) 비덱을 처음 듣는 회사인데 어떻게 돈을 보낼 수 있겠냐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에 대해 최씨는 "SK가 까다롭게 군다. 기다려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과장은 "2차 미팅에서 SK가 제시한 금액은 20억원"이었다며 "최씨가 '전지훈련 비용이 50억원인데 20억원은 너무 짜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 "SK 측에서 최종적으로 2016년에 20억원, 2017년에 10억원 등 총 3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답변이 왔었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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