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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역사교과서, 콘텐트로 경쟁하고 학교에 선택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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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교육부가 어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검토본 발표 당시 지적됐던 친일파와 위안부 기술을 강화하고, 제주 4·3사건과 새마을운동 등 쟁점 내용을 보완했다. 올해 제작하는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에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규정한 국정 교과서의 기술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국정 교과서는 올 3월부터 희망 학교에 시범 적용되고, 2018년에는 검정 교과서와 함께 전국 6000여 곳의 중·고교에 보급된다. 일선 학교가 국·검정의 내용과 질(質)을 평가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갈등은 여전하다. 9쪽 분량으로 ‘과다’ 지적을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술이 유지된 데다 ‘국정’ 편찬심의위원 12명 대부분이 보수 성향으로 드러난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야 3당과 진보단체들은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들이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전국 17개 교육청 중 8곳은 교육부의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학교에 내려보내지도 않았다. 진보교육감들이 학교의 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런 식의 자율권 침해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검정 교과서의 허술한 내용과 좌편향이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검정의 내용을 비교해 보려는 학교의 노력까지 막아서야 되겠는가.

 무작정 ‘국정 교과서 폐지’를 우길 일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역사교육의 목적은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는 데 있다. 그러려면 균형감과 객관성이 튼실한 사관(史觀)이 담긴 교과서가 필수적이다. 탄핵정국이나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검정 교과서를 업그레이드해 국정 교과서와 질로 경쟁하도록 하는 게 그 방법이다. 검정 교과서 필진에 명망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논문 이상의 실적으로 인정해 주고, 학교에는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게 국·검정 역사교과서 해법의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