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 민심 잡고 대선으로 … 나의 필승 전략 천기누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16호 4 면

명절 연휴는 늘 대선의 변곡점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족들 의견이 조율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2월 대선을 석 달가량 앞둔 추석 연휴가 그랬다. 올해는 설 연휴가 변수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사퇴 가능성 등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다. 4월 말~5월 초 ‘벚꽃 대선’이 치러질 경우 본격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설 민심이 마지막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현재 각 진영을 대표하는 대선주자 빅3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이들이 그리는 설 이후 대선정국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설 연휴가 지나면 어떤 필승전략을 내놓게 될까. 핵심 참모·전략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대선 승리를 향한 이들 주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나는 문재인이다. 현재 지지도 1위다. 다자 대결이든, 3자 대결이든 2위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설 민심이란 관문을 통과한 뒤에도 이 격차가 유지되면 대세론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거다. 한번 치고 나간 주자를 따라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몇 바퀴 안 남은 쇼트트랙에서 반 바퀴 이상 앞서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이다. 돌다리도 열 번은 두드리고 건널 참이다.


보아 하니 반기문·안철수도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을 듯싶다. 나는 좋다. 3자 필승론이다. 대세론엔 양자 대결이 훨씬 위험한데, 이번 대선에서 양자 대결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대선 결선투표제가 국회 개헌특위 과제로 넘어가 2월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막판 변수도 사라졌다. 지금의 다자 구도가 유지되는 한 필승 국면이다.


일단 당내 경선을 잘 넘겨야 한다. 결선투표가 쟁점이었는데 내가 경쟁자들이 원하는 건 다 받자고 했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샅바싸움에서 굳이 감정 상할 필요 없다. 어차피 같이 갈 사람들 아닌가. 게다가 당 밖에도 막강한 후보가 없다. 이회창·박근혜처럼 개인적 인기가 높은 후보가 없는 건 하늘이 준 기회다. 민주당 지지율도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치다. 본선은 조직 싸움 아닌가.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당 지지도는 분명 내겐 힘이다. 결국 나만 잘하면 된다.


반기문은 끝까지 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처럼 쏟아지는 잔펀치를 막아내느라 앞가림하기 바쁘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주는 게 최상이다. 반대로 낙마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황교안 국정 지지도가 38%가 나왔다. 여기에 기본적인 보수 지지층이 더해지면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그래도 대세는 대세다. 대세가 괜히 대세냐. 무엇보다 탄핵 촛불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절반이 넘는다. 내가 야권 대표주자로 정해지면 호남 민심도 막판엔 전략적 판단을 내려줄 거다. 그때까지 꾸준히 공을 들일 것이다. 확장력의 한계? 본선에만 올라 봐라. 깜짝 놀랄 분들을 영입할 것이다. 저 정도면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두루 포용할 것이다.


공세는 집요하겠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것이다. 나도 말실수를 할 수 있고 주변에서도 빌미를 여럿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논란이 불거지면 초기에 강력하게 방어막을 치고 다른 이슈로 넘어갈 계획이다. 미래 비전을 계속 발표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은 문제 있는 남자라는 공세가 이번만은 통하지 않을 거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나 자신의 권력의지도 전에 없이 충만하다. 5년 전에는 마지못해 떠밀려 나왔다는 느낌을 끝까지 떨쳐내지 못했다. 노무현은 승부사였지만 나는 본래 자유인이었다. 지고 나서 후회 많이 했다. 내가 모든 걸 망쳤구나 자책도 심했다. 한동안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5년 전 실패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두 번의 좌절은 용납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또다시 도전하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삼세번은 없다. 이젠 더 이상 참모도, 방관자도 아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대선후보 문재인이다.

나는 반기문이다. 먼저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려야겠다. 2만원·턱받이·퇴주잔·이순신 등 하루 한 건씩은 꼬박꼬박 터진 것 같다. 변명하지 않겠다.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논란들이 귀국 후 일주일 사이에 한꺼번에 불거졌다. 그런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지 않나. 쓴 약으로 삼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길에서 만난 40대 주부가 그러더라. 나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잇따라 실수하는 모습이 오히려 소탈해 보였단다. 그래서 호감이 간단다. 기존 정치권 사람들과는 달리 보였다는 뜻일 게다. 맞다. 검증의 첫 파도만 무난히 넘는다면, 그래서 초보 딱지를 큰 상처 없이 떼고 내부 전열 정비만 잘 마칠 수 있다면 이게 되레 기회일 수 있다.


사실 중도보수 진영에 나만큼 안정감 있고 안티 없고 경험 풍부한 후보가 또 어디 있겠나. 중도 사퇴? 후보 교체? 다 현실 가능성 제로라고 보면 된다. 대안 부재론은 괜히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지지도 격차가 벌어진다고 걱정하는데 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기본적인 유권자 지형도 보수가 더 두껍다. 보수는 역시 보수다. 반기문을 반기는 표심은 여전히 유효하고 실체가 있다. 문재인이 아직 중도층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내겐 찬스다. 표창원의 그림 논란을 봐라. 예상치 않게 뭐 하나만 터져도 표심은 출렁이기 마련이다. 야구에서도 7~8회 역전되면 다시 뒤집기 힘들다. 문재인이 오래전부터 내 검증 자료를 준비해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대세론에 흠이 될까봐 아껴만 두고 있는 모양이다. 나로서는 생큐다. 8회 말에 역전돼 봐라. 검증 카드는 써먹지도 못하고 게임 끝날 거다.


당은 어떨 거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신당 창당, 헤쳐 모여, 기존 정당 입당 등 세 가지 선택지 모두 유효하다. 내심 바라기는 새누리당 추가 탈당파와 새 인물들로 정치결사체를 만든 뒤 바른정당과 당 대 당 수준의 통합을 하는 그림이다. 새누리당을 변수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보수의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다. 국민의당이나 김종인 등 민주당 비문 세력은 일단 제외다. 개문발차 후 세력 확장 전략이다. 하지만 그들도 정국 흐름에 따라 언제든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때나 오케이다.


여차하면 분권형 개헌으로 승부수를 던질 작정이다. 외치는 유엔 사무총장 출신인 내가 맡고 내치는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담당하고. 개헌을 고리로 뭉치는 데 이만한 명분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문재인을 호헌 세력으로 고립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는 덤이다. 여기에 문재인의 설화가 터지면 금상첨화다. 외교안보 이슈도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바둑으로 치면 선수(先手)다.


다시 말하지만 이 정도 흔들림에 그만둘 거면 시작조차 안 했다. 누구는 2007년 대선을 앞둔 고건,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황식의 전철을 밟을 거라고 단언하던데 천만의 말씀. 유엔 사무총장 연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10년 전 한국을 떠날 때 미끌미끌한 뱀장어로 불리던 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두고 봐라. 두고 보면 알 것이다. 나는 예전의 외교관 반기문이 아닌, 유엔에서 막강한 내공을 쌓고 돌아온 대선후보 반기문이다.

나는 안철수다. 주위에서 왜 이리 지지도가 뜨지 않느냐고 걱정들 하는데 정작 나는 초연하다. 솔직히 나도 인간인데 왜 조바심이 나지 않겠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충분히 기회가 남아 있다. 5년 전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스스로 물러섰던 때 못지않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엔 결코 놓치지 않을 거다.


경선 흥행몰이가 도약의 첫 번째 디딤돌이다. 민주당이 먼저 당내 경선을 할 텐데 그게 흥행이 되겠나. 이재명이 떴다지만 어찌 됐든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이 될 것 아니냐. 오히려 흥행엔 내가 더 유리하다. 손학규도, 정운찬도 들어오면 천정배 등과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거다. 경선이 주목을 끌면서 승자는 컨벤션 효과를 얻게 되고 지지율도 함께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다.


당내 갈등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국민의당엔 안철수파와 호남파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기문은 이미 아웃됐고 문재인은 여전히 선택지가 아니다. 자강론이 괜히 나왔겠나. 당도 살고 호남도 살려면 경선하는 길밖에 없다.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릴 거다. 누구든 들어와서 경선만 하자.


반기문의 낙마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그럴 경우 보수 쪽에서 또 다른 후보를 내긴 쉽지 않을 거다. 지금 민심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결국엔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 내겐 최상의 구도다. 문재인을 꺼리는 기류가 강한 중도보수표를 내가 흡수하면 충분히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 나는 탄핵 민심과 일관되게 함께해온 만큼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에도 어긋나지 않는 후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내가 먼저 지레 그만둘 거라는 사람도 있던데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면 되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간다는 대사가 나온다. 딱 내 얘기다. 내 이름 석 자대로 이번 대선에서 결코 철수는 안 할 거다.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사실 촛불시위 때도 내가 가장 먼저 대통령 하야를 외치지 않았나. 중도층이든, 보수층이든 비토 세력도 없다. 다만 친문과 보수층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게 나오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게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판명이 났다. 트럼프를 봐라. 대선 전날까지도 모든 언론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또 어땠나. 지난해 총선 때도 우리 당이 10석도 못 얻고 사라질 거라고들 하지 않았나. 숨은 2%가 아니라 말없이 지켜보는 20%가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문재인은 뜬금없이 연정 얘길 하던데,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무슨 연정 타령이냐. 어제까진 민주당 정권을 만든다더니 너무 속 보인다. 나야말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좌우를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국회를 존중하며 각 당 의석 수에 따라 균등하게 내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 여야 의원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 아닌가.


남은 석 달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대선 레이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5년 전엔 막판 단일화였다면 이번엔 막판 뒤집기다. 나는 더 이상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기 위해 잔도(棧道)마저 불사른 대선후보 안철수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