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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ㅍㅌ’, ‘ㅎㅌ’… 1020세대의 2017 트렌드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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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를 예측하는 서적과 보고서가 쏟아졌다. 새해와 신학기를 맞아 서점가에 깔린 이들 책은 마케터들에게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도 트렌드를 알아야 최소한 뒤처지지는 않는다고 외치는 듯하다. 브랜딩 전문가와 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내놓은 압축적 키워드들을 통해 1020세대의 일상과 소비, 문화생활을 들여다봤다. 살쪘다, 성적은 어떠냐 등의 설날 금기어 빼곤 할 얘기가 없는 당신을 위해 이야깃거리를 준비했다.

‘평타’는 치겠죠?

집 꾸미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케아 광명 매장의 쇼룸. ‘국민 책상’으로 떠오른 S책상, G의자, H서랍장 등은 이런 이케아 느낌을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어 자취생에게 인기다. [사진=중앙포토]

집 꾸미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케아 광명 매장의 쇼룸. ‘국민 책상’으로 떠오른 S책상, G의자, H서랍장 등은 이런 이케아 느낌을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어 자취생에게 인기다. [사진=중앙포토]

“남자 ㅍㅌ 치는 코트 추천 좀….”
“립글로즈 색깔로 로즈핑크 ㅍㅌ 치겠죠?”

‘ㅍㅌ’ 즉 피읖티읕은 ‘평균 타율’을 뜻하는 온라인 용어다. 평균 이상이면 ‘ㅅㅌ(상타)’ 이하면 ‘ㅎㅌ(하타)’라고 쓴다. 요즘 성인들도 결정장애가 심하지만 온라인에서 ‘추천하다’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은 10대라고 한다. ‘골라주다’ ‘괜찮다’ ‘이상하다’ 이런 단어들도 많이 써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성인보다 더 선택유보적이다.

“여자가 육회 잘 먹는 거 이상한가요? 남자친구랑 고깃집 가는데 육회 시켜도 괜찮아요?”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라는데 아이러니하다. 개성을 허세로 몰고 조금만 튀면 SNS에서 여론재판이 횡행하기 때문일까. ‘관심종자(관종)’로 몰려 욕먹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난함을 찾고 과하지 않으려 한다. ‘50대 이상 여성들은 왜 재킷의 깃을 세우냐’고 묻는 신세대지만 기성세대가 보기엔 그들도 얼굴이 너무 똑같아 놀란다. 하얀 베이스에 짙은 일자 눈썹, 붉은 입술 틴트…. 남학생은 흰 상의에 검은색 바지 일명 ‘모나미 룩’ 또는 ‘클론 패션’이다.

형제자매 없이 자란 10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활정보(생정)를 찾는다. ‘쭉빵’이란 다소 요상한 제목의 사이트에는 ‘훈녀생정’이 ‘여신생정’보다 훨씬 많다. 여신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왕따나 피하게) 훈녀가 되는 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국민 틴트’ ‘학생 틴트’로 불리는 A화장품의 D상품은 가성비 뛰어난 안전한 답안이다. ‘국민 책상’으로 떠오른 S책상, G의자, H서랍장 등은 이케아 느낌을 저렴하게 구현해 용돈이 부족한 자취생에게 인기다.

혹자는 이를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질린 나머지 보통의 존재에 눈을 돌리는 ‘노멀크러시’라고 말한다. ‘Normal(보통)+Crush(반하다)’는 편안한 집밥을 좋아하며 작위적인 콘텐트에 공감하지 않고 포장하기보단 담백한 것을 추구한다. 남과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고 위로를 받는다.

‘참견쟁이’와 ‘오지라퍼

[사진=

[사진='미운오리새끼' 캡처, SBS]

TV 프로그램 ‘미운오리새끼’에는 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이 나온다. 다 큰 아들에게 시시콜콜 간섭하는 게 눈꼴이 시었는지 시청자들은 게시판으로 몰려 가 “그만 좀 참견하라”고 의견을 남긴다. 참견하지 말라면서 TV 프로그램에 참견하는 시청자들. 인터넷 BJ들에게 ‘이거 먹어라’ ‘저거 해 봐라’ 하는 간섭이 아예 TV 버전으로 옮아간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프로그램도 생겼다. 드라마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 네티즌들은 가상 캐스팅에 열을 올린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이들의 캐스팅이 실제로 먹혔다가 이후 전개가 예상 외로 가자 반대운동에 부딪치기도 했다. 참견하는 열성 팬은 시어머니에 빗대 ‘치어머니’라 불렸다.

1020세대는 뻔한 참견과 쓸모없는 잔소리를 매우 싫어한다. 혼밥, 혼술이 떴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인터넷상에선 페이스북 친구에 대한 간섭이나 온갖 사회현상에 대한 개탄어린 비평이 난무한다. 인스타그램은 모르는 집 아이에 대한 ‘랜선이모’들의 열광이 넘쳐난다. 오지라퍼들은 기업의 마케팅에까지 자비를 들인다. L전자의 노트북이 1kg보다 가벼운 980g이라고 홍보가 됐는데 실제로 써 보니 더 가볍더라면서 “왜 손해 보는 광고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L전자 마케팅을 대신 해 드립니다’란 트위터 계정까지 만들어 튀김가루를 묻혀 튀긴 뒤 작동이 된다는 동영상까지 제작해 화제가 됐다.

‘인생사진’ 위해 ‘적당한 불편’은 감수

‘쉑쉑(shake shack)’ 국내 1호점 개점일인 지난해 7월 22일, 서울 강남의 매장 앞에 건물을 빙 두를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쉑쉑(shake shack)’ 국내 1호점 개점일인 지난해 7월 22일, 서울 강남의 매장 앞에 건물을 빙 두를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핸드드립 커피 체인 ‘블루보틀 커피’와 쉑쉑버거, 애플 매장, 카카오프렌즈 등의 공통점은? 모두 줄을 서더라도 기꺼이 들어가겠다고 하는 핫플레이스다. 핫한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맛있는 걸 먹는 건 기다릴 가치가 있고 그게 즐거움이다. H사가 디자이너와 협업한 옷은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룬다. 콘서트 예매를 위해 몇 시간 광클릭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편리함과 효율성만 찾았다. 줄 서기 싫어 알바까지 고용하지 않았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될까 봐 ‘아무거나’가 인생 메뉴였다.

풍요의 시대, 돈만 있으면 다 얻는 줄 알았는데 돈이 있어도 줄을 서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 기다림은 평등하다. 기업들은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긴 줄을 유도하기도 한다. 제품의 흥행을 점쳐 볼 수도 있다. 적당한 줄은 소비자에게 더 가치 있는 물건을 샀다는 생각을 심어 준다. 어렵게 얻었기에 애착을 갖는 법. SNS에 자랑할 만한 경험 하나가 또 추가됐다.

한 장의 인생사진을 남기려고 그 큰 플라밍고 튜브를 기꺼이 분다. 색다른 옷의 코스프레를 하거나 불편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경험은 지금 이 순간이 영영 다시 오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지금의 욕망에 최대한 집중하자는 것 이것이 바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다. 감성적 공간을 찾아 인증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빈티지한 골목을 어슬렁거린다. 종로구 익선동의 한옥 개조 카페나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은 소위 분위기 ‘깡패’로 통한다. D미술관은 사진 찍기 좋아 인스타그래머들의 순례지가 됐다.

“내일은 없다”는 ‘투데이족’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60년대 미국 영화 ‘Bonnie & Clyde’의 우리말 제목이다. 누가 번역했는지 당시 신세대의 마음을 대변해 각광을 받았다. 그들도 곧 기성세대가 돼 가족, 내일을 우선시했다. 지금 세대는 불확실한 꿈에 매달리기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에 충실하다. 옛날부터 구전돼 온 말이지만 대중적으로 확산된 건 2011년 래퍼 드레이크의 ‘The Motto’란 노랫말에서다.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 이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로빈 윌리엄스 분) 선생님이 외친 말로 영어로 하면 ‘Seize the day!’다. 절대로 막 살라는 뜻이 아니며 하루하루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자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의열단을 그린 영화 ‘밀정’의 감독은 내일은 없고 오늘만 사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패션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오늘을 중시하는 이는 풍류와 패션을 즐기는 멋쟁이들이다.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 ‘다포세대’지만 패션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디저트로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를 누리며 1년 동안 알바를 해서라도 여행을 떠난다.

고양이를 반려자로 ‘캣피플’

[자료사진=중앙포토]

[자료사진=중앙포토]

구글에서 ‘CAT’을 치면 검색 결과가 약 18억 개(2016년 9월 기준)가 나오고, ‘DOG’는 약 13억 개 나온다. 아직은 반려동물 중 개가 고양이보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지만 과거에 비하면 고양이의 증가세가 눈부시다. 특히 인터넷 사용자들은 고양이 콘텐트를 훨씬 더 많이 올린다. 캐나다 앤드루 허먼 교수는 “인터넷의 고양이 이미지가 2010년 13억 장에서 2015년 65억 장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그럼피캣(grumpy cat·기분이 언짢은 고양이)’은 유튜브 구독자가 23만에 이르고 일본 고양이 ‘마루(Maru)’의 동영상은 2000만 명이 넘게 봤다.(2016년 9월 기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깨끗하고 조용한 고양이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개보다 독립적이어서 두고 나와도 된다. 도도하고 내향적인 나홀로족 세대의 주인과도 닮은 특성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팬텀세대’

지난해 청년들은 마스크를 쓰고 대학 정책을 바꾸거나 시국 집회에 참석하고 강남역 ‘여혐 사건’에 포스트잍으로 목소리를 냈다. 누가 주도했고 누가 참여했는지 모른다. 목소리는 강렬했지만 흔적이 없다. 과거 시위와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정치, 사회 문제에 결코 무관심하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저항한다. 온라인에서 정하고 오프라인에서 모인다. 창의성과 유쾌함도 잃지 않는다. 광화문 현장에는 장수풍뎅이연구회, 민주묘총, 범깡총연대, 얼룩말연구회, 트잉여운동연합 등 이색적인 깃발이 등장했다.

‘팬텀(Phantom·유령)세대’는 익명의 대나무숲 페이지나 ‘어라운드 앱(Around App)’ 같은 익명 채널을 선호한다. 본인 취향이나 관심사만 업로드하는 ‘제 2의(세컨드) 계정’을 만들기도 하고, 닉네임도 종종 세탁하며 자취를 지운다. 김영기 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온라인은 더 이상 단절된 공간이 아니다. 새로운 소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광장”이라면서 “훨씬 유연하고 평등하며 창조적인 연대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참고서적=『2017 트렌드 노트』(다음소프트), 『라이프 트렌드 2017』(김용섭), 『2017 20대 트렌드 리포트』(대학내일20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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