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박유하 교수 무죄 선고에 반발, 법원앞 규탄 시위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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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설 명절 이후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나눔의 집 측은 26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재판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심 판결에 불복, 검찰에 항소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나눔의집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무죄판결은 (박 교수의) 책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고, 더 나아가 일본 제국주의 전쟁범죄자인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저서를 놓고 앞서 선고된 민사사건 재판부 판단과 비교하며 “이번 재판부가 책 표현을 놓고 의견표명과 사실 적시라고 구분한 기준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형사재판부는 민사사건 재판부가 ‘사실 적시’라고 인정한 부분을 ‘의견표명’으로 치부했다”며 “더욱이 ‘사실 적시라’고 본 부분조차 ‘피해자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박유하(교수)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앞서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할머니 9명은 2014년 6월 박교수를 상대로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원고 1인당 3000만원씩 모두 2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 민사재판부는 지난 13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1인당 100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25일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에서 명예훼손 표현이라고 제시한 35곳 중 ‘조선인 위안부 중 자발적 의사가 있는 위안부가 있다’,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유괴나 강제 연행해 위안부를 만들지 않았다’ 등의 표현 5곳이 사실적시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광주=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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