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욕설 듣고 혹한기엔 난로 하나 없이 근무" 택배기사들의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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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10명 중 6명이 택배를 받은 고객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과 참여연대 등은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과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조는 이자리에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CJ대한통운, 로젠, KG, 한진, 롯데 등 택배회사 소속 택배노동자 3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택배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4분의 3인 75.5%(284명)이 혹한기나 혹서기에 난로나 선풍기 하나 없이 야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대희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들은 영하 15도 가까운 혹한에도 야외에서 목장갑만 끼고 하루 5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기사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들이 감정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 결과도 공개됐다. 설문 응답자 중 58%(218명)가 택배노동자 본인의 잘못과 무관하게 욕설을 들은 적이 있고, 22%(83명)는 컴퓨터ㆍ세탁기ㆍ선풍기 등의 설치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택배노조 측은 “욕설은 물론이고 ‘그렇게 사니까 택배 찌끄레기인 거다’라는 등의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인 권리인 경조사ㆍ병가ㆍ휴가 등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택배노조는 “응답자의 35%(132명)가 경조사ㆍ병가ㆍ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정당한 휴일을 보장 받지 못하고 아픈 것을 참으며 근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택배노조는 택배회사들의 수익은 늘고 있지만 택배기사들의 수익은 해마다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산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2조 2577억원으로 전년보다 9.83% 증가했지만, 택배 평균단가는 매년 낮아져 지난해 2392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일 출범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설문 결과 드러난 이런 열악한 부분들을 우리 손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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