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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샛별야학 불빛은 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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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바울·연성현

모두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에 누군가는 학교를 간다. 늦게나마 배움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야간학교가 전주에 딱 하나 남아있다고 한다. 전주 샛별 야학의 변상경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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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이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과목을 가르치고 검정고시 준비를 합니다. 현재 전주에 야학은 다 없어지고 여기 하나만 남았어요. 주부학교, 초등과정의 형태 또는 장애인 대상의 형태로는 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야학은 제가 알기론 전라북도에는 여기, 익산에 한 곳 그리고 정읍에 한 곳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샛별 야학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저희 샛별야학은 1982년 8월에 개교했습니다. 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를 맡고 있고요. 과거에는 학생, 청소년들도 조금 있었습니다만 현재 학생은 50대 초에서 60대 중반이신 낮에 일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수업은 오후 6시에서 10시 혹은 오후 6시 50분부터 10시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교사는 9명이고, 과목별로 선생님이 계십니다. 중학교 7명, 고등학교 8명입니다. 저는 2015년 12월부터 샛별 야학 교장으로 있고요. 2010년까지 야학 교사를 했어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셨네요. 보람 때문인가요?
"가르치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인 것 같아요. 저는 ‘봉사활동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봉사다. 자신이 좋고 뿌듯한 마음이 없으면 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해요."

-멋진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여기서 교사로 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사들은 대학생 자원봉사자예요. 일주일에 보통 3일 정도, 12시간을 봉사하죠. 항상 바쁜 와중에도 수고하시는 대학생 교사들이에요. 취업 준비하랴, 학점 관리하랴 바쁜 와중에도 수업을 준비하고, 도움을 많이 주는 천사들입니다. 한 번 오면 8개월동안 교사로 근무하는데, 자원봉사를 할 때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왔으면 좋겠어요. 강요해서 하는 것과 좋아서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그래서 진심으로 좋아서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그 때 찾아와서 교사로 봉사했으면 좋겠어요."

샛별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샛별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샛별야학의 학생이 도자기 공예 수업에 참가해 손으로 모양을 내고 있다. 샛별야학에서는 수업 외 정기 특강도 마련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사진=샛별야학 페이스북]

샛별야학의 학생이 도자기 공예 수업에 참가해 손으로 모양을 내고 있다. 샛별야학에서는 수업 외 정기 특강도 마련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사진=샛별야학 페이스북]

-이 일을 하시면서 어렵고 불편한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딱히 없고요. 주변에서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어떤 도움을 받아야하지?’라고 생각해봐요. 하지만 도움은 거의 받지 않아요. 교사들에게만 의지하죠. 후원은 학생 한명 당 딱 1만원만 받고 있고요. 빚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저희는 자원봉사자들과 배우고 싶은 학생이 이 야학을 만들고 이끌어나가고 있는 거죠."

-야학을 언제까지 하고 싶으신지요?
"사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은데.(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 야학 계단을 내려오기까지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배울 수 있을까? 졸업한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혹시 누가 보진 않을까’. 그 사람들은 그렇게 고민하다가 내려와요. 사실 그 분들이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거든요. 그래서 한명이라도 배울 사람이 있으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필요하다면 계속 진행해야 하는 거죠. 사실 저희 야학은 시도 지원금이 없어요. 30명 이하라서 평생학습지원법 요건 충족이 안 되거든요.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문을 연다는 마인드로 하고 있어요. 저희 야학 교훈이 ‘사랑하며 노력하며’예요. 그래서 사랑하며 노력하며 학생이 있다면 끝가지 할 겁니다."

샛별 야학의 교훈.

샛별 야학의 교훈. '사랑하며 노력하자'.

-네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픈 말씀은요.
"사실 야학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해주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죠. 그래서 앞으로 야학이 필요 없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해요. 항상 저희가 음지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데, 그 이유가 있어요. 학생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노출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페이스북 같은 것도 연관이 있는 경우에만 노출이 되려고 하고 있어요."

같은 이유로 변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는 것도 마다했다. 2008년 국립국어원이 38년만에 국민기초문해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비문해율은 1.7%로 약 62만명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6년과 70년의 통계청 조사 결과 8.9%와 7%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조사 당시 기준 70대의 비문해율은 20.2%로 다섯 명 중 한 명이 글을 읽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82%), 학교를 다녔어도 글을 깨치지는 못한(10.7%) 그들은 은행이나 관공서를 이용하기 어렵고(70%), 사용설명서나 처방전을 몰라 곤란을 겪었으며(66.7%), 편지를 쓸 수 없다(65.5%)고 답했다.

형편 때문에 글을 깨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비문해자의 수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글을 몰라 불편한 이들이 있을것이다. 샛별야학의 불이 여전히 반짝이는 이유다.

글=정바울(전북사대부고 2), 사진=연성현(전북사대부고 2) TONG청소년기자
도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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