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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왕’ 자리 놓고 신경전이 펼쳐졌다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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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6 면

연말ㆍ연초마다 열리는 대중문화 시상식의 백미는 총정리다. 한 해의 성과를 두루 살필 수 있고, 변화를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 13~14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31회를 맞은, 가요계 최고 권위의 행사인 만큼 트로피의 주인공을 둘러싼 신경전이 시상식 전부터 치열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음반 대상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팔린 음반량만 따지면 수상자를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의견이 분분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정규 2집 ‘윙스(Wings)’는 총 75만1301장의 판매량으로 지난해 앨범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엑소의 정규 3집 ‘이그잭트(EX’ACT)’의 한국어 버전으로 총 54만9378장이 팔렸다. 이렇게 따지면 방탄소년단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왕’이 될 터다.


그런데 셈법을 놓고 엑소와 방탄소년단 소속사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실제 시상식에서는 엑소가 음반 부문 대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골든디스크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차트상 음반 판매량 2위인데도 어떻게 대상을 수상했을까.


같은 앨범이라도 중국어, 한국어 버전으로 각각 내고, 처음 낸 앨범에 몇 곡 추가해 다시 발매(리패키지)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음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엑소의 3집 앨범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약 115만장이 된다. 단일 앨범 판매량으로 1위를 따질 것인가, 관련 앨범 모두를 합해 승자를 가릴 것인가-. 주최 측 입장에서도 처음하는 고민이었으나 결국 엑소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같은 앨범이라도 멤버별로 포장을 다르게 해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따로 중국어 버전 앨범을 내거나, 리패키지해서 다시 발매하지 않았던 방탄소년단 측이 수상 결과를 놓고서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의 경우 10만장 이상 앨범 판매고를 올린 가수가 유독 많았다. 음반을 냈다 하면 100만 장씩 팔리곤 했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음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가요 시장에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2011년만 해도 상위 12개팀 정도가 10만 장 판매량을 올렸다면 지난해는 24개팀이 기록을 세웠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중심이라고 해도 K팝 산업 규모가 커졌고,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각 소속사들이 음반을 팔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이 나왔던 한 해였다”고 분석했다.


노래 ‘치어 업(CHEER UP)’으로 골든디스크 음원 대상을 수상한 트와이스도 ‘대세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치어 업’은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걸그룹 사상 처음으로 각각 1억 스트리밍과 1억 뷰를 돌파했다. 빅뱅ㆍ싸이 등을 제치고 걸그룹이 대상을 받은 건 2012년 소녀시대 이후 5년 만이다. 트와이스는 또 지난해 발매한 미니앨범 ‘페이지 투(PAGE TWO)’와 ‘트와이스코스터_레인1(TWICEcoaster_LANE 1)’을 총 53만304장을 팔았다.


아이돌 그룹 중심으로 기록 줄세우기를 한 음반 부문 시상식과 달리 음원 부문에서는 볼빨간 사춘기(신인상), 어반자카파(본상), 임창정(본상) 등 신ㆍ구 가수들의 조화 및 장르 다양성이 돋보였다. 국내 음반 시장과 음원 시장의 성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가 상위 차트를 점령하는 등 음원시장과 음반시장이 갈수록 접점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볼빨간 사춘기, 어반자카파 등 자기만의 색깔을 갖춘 팀들이 틈새 음원시장에서 깃발을 꽂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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