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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인사, 화끈 발언…까칠남 유승민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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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승민(사진) 바른정당 의원에겐 ‘까칠하다’는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동료 의원들은 그에 대해 “똑똑하고, 집안과 지역구(대구 동을)도 좋고…”라는 말을 죽 늘어놓다가도 “그런데, 그러면 뭐해? 까칠하고 혼자 잘났잖아”라는 말로 평가를 끝맺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격이 꼿꼿한 데다 의원들과 스킨십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서 어묵 받아먹고 함께 셀카
동료 의원들과 1박2일 MT까지
방송 예능프로 출연도 적극 검토

2015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여권은 발칵 뒤집혔고, 유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런 경우 시간이 흐른 뒤 당시 난처했을 동료 의원들과 따로 식사 자리를 마련해 회포를 푸는 게 여의도 정치의 정석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그렇지 않았다. 주로 혼자 시간을 보냈다. 권력을 향해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직격하는 그지만 동료 의원들에게는 ‘까칠남’이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

그런 유 의원이 최근 대선에 나서면서 변했다는 평가가 주변에서 나온다. 예전 같으면 낯간지러워서 못할 행동도 자주 한단다. 유 의원은 지난 13일 측근 격인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함께 경기도 가평으로 1박2일 단합대회(MT)를 다녀왔다. 그 자리에서 밤 늦게까지 둘러앉아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이번 대선에서 꼭 이길 수 있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일일이 포옹을 하면서 “고생 좀 해주소”라는 당부도 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혼자 도시락 먹기를 즐겨 하던 그로선 진일보한 행동이다. 예전 같으면 자기가 고쳐버리고 끝낼 연설문도 담당자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접착식 메모지에 ‘수정 필요’ 등이라고 적어 다시 내려보낸다고 한다.

겸연쩍어 못하던 행동도 최근에는 부쩍 늘었다. 지난 19일 부산 부평시장을 들렀을 때는 여성들이 입에 넣어주는 어묵을 잘 받아먹고, 셀카도 다양한 포즈로 찍었다. 예전에는 “어휴, 저랑 무슨 사진을 찍어요”라며 손사래 치며 달아나던 그였다. MT를 마치고 펜션에서 나올 때는 청소하던 직원에게까지 다가가 손을 잡으며 “저희 때문에 고생 많으시다”며 까칠남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청년층과 호흡하기 위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적극 검토 중이다. 출연이 성사되면 연예인 틈에서 정의를 주제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 의원은 선거캠프 사무실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캠프(10층)가 있는 서울 여의도 산정빌딩 6층에 마련했다.

예전에는 “상대를 좀 강력하게 공격하라”는 주변 권유를 듣고 흘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화끈한 발언도 늘리고 있다. 지난 18일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주장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엉터리 후보”라고 비판한 게 그 예다. 이처럼 변신의 노력을 하고, 파격적으로 육아휴직 3년 공약을 내놓고, 영호남을 누비는 등 적극적으로 뛰는 유 의원이지만 지지율은 좀체 오르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은 대부분 1~2%대로 참혹한 수준이다. 유 의원 측은 “설 이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실망한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유 의원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바른정당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을 영입해 유 의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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