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길 밖에 없나 서울 회사택시의 노사분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 회사택시가 끝내 파업에 돌입했다. 다행히 3부제로 운행하던 개인택시가 전면 운행되고 회사택시 중에서도 33%가 파업에 동조하지 않아 출근길의 큰 혼란은 그런 대로 면할 수 있었다.
그리나 길거리 곳곳에는 파업운전기사들이 운행중인 택시기사들을 끌어내려 뭇매를 가하는가하면 경찰이 폭력, 과격행위에 대비해 차고마다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어 시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한때는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고 개탄해왔는데 노사간의 타협 또한 이 모양인지 답답할 뿐이다. 서로가 한 발짝씩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보였으면 시민의 불안도 덜고 보기도 좋았을 텐데 이상과 현실은 멀기만 하다.
지금까지 택시사업주측과 노조측은 10차례나 협상을 가졌다. 노조측은 완전월급제 실시를 주장해왔고, 사업주측은 그 동안 기름값 인하분은 임금인상에 전액 반영하겠지만 완전 월급제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왔다. 성실, 불성실 근무자를 불문한 완전월급제 실시는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불합리한 것이라는 것이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지난 4월 노사협정으로 5.4%를 인상, 협정기간이 내년 3월말까지로 되어있는데 협정 4개월만에 새로운 요구를 내놓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현시국의 분위기와 흐름에 편승한 지나친 요구라는 불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운전기사들은 완전 월급제가 안되고 사납금과 업적금이 있는 한 합승과 난폭, 과속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운전사도 이제는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노사 어느 편이건 시민의 입장도 헤아려 보아야 한다.
서울시내 1천 7백만명의 교통인구가운데 15%인 2백 60여만명의 수송을 택시가 감당하고 있다면 이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서울시내 4만 1천여대의 택시 가운데 회사택시가 1만 6천 7백여대 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시민의 중요한 발 구실을 떠맡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택시가 공익성을 강하게 띤 대중교통 수단이라면 거기엔 공적책임과 의무를 걸머지고 있는 셈이다. 택시 운전기사에게 명랑하고 쾌적한 분위기와 정중한 서비스가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택시가 시민들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택시사업주나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시민들이 소득의 원천을 제공하는 소중한 고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사회가 택시사업주나 운전기사들만 있는 사회가 아니잖은가. 운전기사들이 파업을 계속하고 행여 과격해지기라도 한다면 일반 시민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운수업계의 해묵은 분쟁은 근원을 캐자면 운수당국도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다. 완전월급제를 모범적으로 실시했던 택시회사를 어떤 경위인지 모르나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우수업체 지정에서 제외시킨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당국 또한 방관 만하고 있을 게 아니라 파업이 장기화, 과격화되는 일이 없도록 중재에 발벗고 나서주길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