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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한일 외교문제 비화 '독도 소녀상' 강행 논란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의회의 ‘독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운동이 한·일 양국간 대형 외교갈등 문제로 이어진 가운데 도의회가 강행의지를 분명히 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은 18일 “다음달 8일 수원에서 열리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장협의회) 1차 임시회에서 독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문제까지 다시 꺼내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장이 회원으로 등록된 협의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설치 명분을 더 얻으려는 포석이면서 찬성하는 의회간 연대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장협의회 사무처는 시도의회에서 의안이 접수되면 회원의 여론수렴을 거친 후 임시회 안건으로 상정한다. 상정될 경우 표결과정에서 독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찬성하는 의회와 반대하는 의회간 마찰이 우려된다. 이 경우 한·일 외교갈등에 이어 국내 내부갈등까지 빚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독도를 지역구로 둔 경북도의회 의원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민감한 독도 문제의 현실을 잘 모르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비판 의견도 내고 있다.

울릉도(독도 포함)를 지역구로 둔 남진복 경북도의원(독도수호특위위원장)은 “독도는 영유권 수호 차원이고,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인데 둘을 섞어 놓으면 각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경기도의회의 움직임은) 자칫 외교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도 문제의 현실을 잘 모르고 추진하는 정치적 계획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는 정주시설 하나 설치하는 것도 힘이 든다. 독도와 소녀상이 짝을 이루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진작에 우리 도의회 차원에서 추진했을 일이다”고 덧붙였다.

김응규(김천) 경북도의회 의장은 “소녀상을 독도에 설치하려 하면서 경북도의회와 상의 한마디 없는 행위는 적절치 못한 것이다. (정치적인) 인기를 위한 것으로만 보일 뿐이다”며 “경기도의회가 독도 소녀상 설치를 공식화한다면 경북도의회 차원에서 의원들과 별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두욱(포항) 경북도의회 부의장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영유권 문제 등으로 민감한 독도에 소녀상을 (경북도의회에 상의 한번 없이) 설치하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민을 대표하는 김관용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독도 자체를 대한민국이 실제로 지배하고 점유하고 있으므로 독도 현장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더욱이 독도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면밀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장소 만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것이다.

의장협의회 윤석우(충남도의회 의장) 회장 역시 “대의적인 판단에서는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 맞지만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일본과의 공동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의총을 거쳐 독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의회 의석수는 더민주(72석)·새누리(44)·무소속(8)·국민의당(3) 순이다. 도의회 민주당 대표단은 19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시도의회에 독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수원·안동= 김민욱·김윤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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