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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IT로 무장한 대관령 제설작업 현장 24시

중앙일보

입력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에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제설차량 두 대가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에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제설차량 두 대가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제설차량이 도로에 염수를 뿌리는 장면. 염수는 소금, 염화칼슘, 물을 혼합한 것이다.

제설차량이 도로에 염수를 뿌리는 장면. 염수는 소금, 염화칼슘, 물을 혼합한 것이다.

“영동지방 폭설…고속도로 교통마비.”
한때 겨울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던 신문기사 제목이다. 자주 봐왔기에 금방 ‘그림’도 그려진다. 길 한쪽에서 체인을 달거나 눈을 뒤집어쓴 채 뒤엉킨 차량, 견인차의 빨간색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 차량을 미는 운전자, 버스에서 내려 눈길을 걷는 사람들….

IT기술에 제설차량 등 ‘기계화부대’부터 ‘맨손특공대’까지 총동원…
‘나 혼자 빨리빨리’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가 제설에 방해꾼 노릇

그러나 이제는 ‘말죽거리 잔혹사’ 시절 이야기다. 제설작업 시스템과 장비, IT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눈이 와도 고속도로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만성적 가뭄으로 강원도 지역의 강설량이 줄어든 탓도 있다.

올 겨울 가장 큰 눈인 18㎝ 강설량을 기록한 지난해 12월 26일 밤부터 27일까지 한국도로공사 대관령지사의 제설작업 현장을 가보았다. 대관령지사 영동고속도로 ‘둔내나들목-강릉분기점’ 구간 74.4㎞를 관리한다. 대관령을 통과하는,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구간이다. 겨울이면 초비상 상태가 계속된다. 2012년에는 44일간 369㎝, 2013년 42일간 277㎝, 2014년 46일간 378㎝, 2015년 39일간 161㎝, 2016년 44일간 181㎝의 눈이 내렸다.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행객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행객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눈이 내리면 도로공사 대관령 지사는 비상이 걸린다. 직원들이 상황실 모니터로 도로 사정을 파악하면서 제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눈이 내리면 도로공사 대관령 지사는 비상이 걸린다. 직원들이 상황실 모니터로 도로 사정을 파악하면서 제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설주의보가 내리자 전 직원이 비상상태에 돌입한다. 대관령지사는 겨울이면 근무인원이 두 배로 늘어난다. 정직원 48명에 기간제 운전원 22명, 정비사 4명, 도로관리원 19명, 도로공사 타지역 지원인력 14명이 추가돼 총 107명이 된다. 이들은 A, B조로 나뉘어 본부 상황실과 관할구간 네 곳의 분소에 배치된다. 대관령 구간에는 장평·진부·횡계·성산 등 총 4곳의 분소가 있다. 폭설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분소에는 제설차량과 견인차가 대기한다.

고속도로 74.4㎞ 상황을 한눈에 관찰

도로공사 대관령 지사 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제설작업 인원 현황판을 정리하고 있다.

도로공사 대관령 지사 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제설작업 인원 현황판을 정리하고 있다.

밤새워 제설작업을 벌인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밤새워 제설작업을 벌인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눈 예보가 내리면 사전에 염수를 살포해둔다. 이날은 마침 날씨가 포근해 눈이 빨리 녹았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가 되자 폭설이 쏟아졌다. 제설차량이 총동원돼 눈이 그칠 때까지 도로에 염수를 뿌리고, 차량에 부착된 불도저 모양의 삽으로 쌓인 눈을 치웠다.

눈에 띄는 것은 ‘소통반’이다. 분소에 있는 제설차량 운영인력이 기계화부대라면 소통반은 ‘맨손특공대’다. 총 4개조가 있다. 본사 스태프 직원 3~4명이 한 조가 돼 승합차를 타고 구간 곳곳에 대기한다. 눈길에 미끄러져 운행이 어려운 차량이 생길 경우 갓길로 차량을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원시적 방법이지만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차량으로 인해 차량정체가 시작되면 제설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계속 도로에 눈이 쌓이기 때문에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IT기술도 제설작업에 큰 몫을 한다. 전원 무전기를 휴대하고 즉각 상황에 대처한다. 난청지역에서만 휴대폰을 사용한다. 제설작업의 일등공신은 곳곳에 설치된 CCTV다. 대관령 구간에만 총 160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터널구간은 400m마다 1대씩이다. 터널에만 124대가 있다. CCTV가 보내주는 영상이 상황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고속도로 74.4㎞가 ‘부처님 손바닥’이다.

제설차 추월하는 얄미운 승용차 없었으면…!

제설작업에 동원된 `소통반` . 3-4명이 한 조가 돼 대관령 구간 곳곳에 대기하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을 갓길로 밀어내고 견인차를 불러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설작업에 동원된 `소통반` . 3-4명이 한 조가 돼 대관령 구간 곳곳에 대기하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을 갓길로 밀어내고 견인차를 불러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관령 제설차량 4대가 염수를 뿌리며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관령 제설차량 4대가 염수를 뿌리며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작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다. 영동고속도로는 왕복 4차로다. 제설차량이 두 대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눈을 치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빨리빨리’ 운전자들이 제설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추월을 시도하는 것이 문제다. 제설차량이 느려 보이지만 추월하면 노면상태가 더 미끄럽기 때문에 속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눈이 올 때 제설작업에 ‘치명타’는 지·정체다. 일단 길이 막히면 제설작업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제발 제설차량을 추월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만 지켜도 엄청난 폭설이 아닌 한 제설작업에 문제가 없습니다. 운전자들도 안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겨울에는 스노타이어를 달고 체인을 준비해 다녀야 합니다. ‘워셔액’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눈이 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를 50% 이하로 감속하는 것입니다." 도로공사 임진경 과장의 말이다. <월간중앙>

사진·글 주기중 기자 click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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