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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선거권 연령 인하 시위에서 국회의원과 악수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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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18세 청소년도 선거권 주세요. 의원님~"(K신문 포토뉴스)
"투표권 좀 주세요, 네?"(I시사 포토뉴스)

만 18세에 선거권을 달라는 지난 11일 한 청소년단체의 기자회견을 놓고 일부 언론이 관련 기사나 사진에 이런 제목들을 달았다. '10대들의 민주주의 모임'을 표방하는 틴즈디모(TeensDemo)가 현행 만 19세 이상 선거연령을 한 살 낮추자는 국회 논의에 맞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회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데 대한 보도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시각에 대해 "마치 어린애들이 투정부리고 떼쓰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은 이랬다. 11일 오후 국회 안행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안행위 소위원회 회의에서 논란 끝에 첫 관문을 통과한 법안이라 이날 전체회의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비록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않고 무산됐지만 이날 틴즈디모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던 것이다.

틴즈디모 참가자 10여 명은 안행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직전 오후 1시 30분쯤 국회 출입기자들이 모이는 정론관에서 '만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만 18세 청소년에게 대선과 총선 그리고 기초단체장 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할 것 △만 16세부터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할 것 △청소년의 정당 가입 허용 △정치 참여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것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회원들은 또 "세계 여러 사례에서도 증명되듯 청소년의 정치 참여와 선택이 특정한 정당에 맹목적으로 편승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면서 선거연령 하향이 진보 정당에 유리할 것이란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틴즈디모의 기자회견과 침묵시위 이후 각 언론 매체마다 기사가 쏟아졌다.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문제는 기사를 다루는 어조다.

청소년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진중한 태도로 발언한 것인데 마치 투정부리고 떼쓰는 것처럼 표현했고,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마치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것처럼 나왔다"는 실망 섞인 반응이 급격히 확산됐다. 촛불 집회 때 '학생들이 기특하네. 귀엽다'고 말하는 기사 역시 청소년에게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진 것처럼 말이다.

틴즈디모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최하람(17) 청소년활동가는 "기사의 제목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회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할 때 몇몇 기자분들이 '의원들이 오면 악수를 해라. 인사를 해라' 등의 요청을 하셨지만, 저희는 의원분들에게 먼저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건 무거운 뜻을 전달하겠다는 저희의 시위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듣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기사가 나온 걸 보니 기자분들이 그런 그림을 원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진지하고 진중한 의견이 아니라 ‘어리고’ ‘귀여운’ 청소년들의 모습이기 때문이었겠죠."


최양은 "그런 식의 보도는 우리를 어리게만 보고 싶은 시선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언론으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을 주최한 엄재연(18) 틴즈디모 팀장 일문일답.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안행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틴즈디모 참가자. 가운데가 엄재연 팀장이고 왼쪽에서 두번째가 최하림 참가자다. [뉴시스]

틴즈디모는 어떤 단체인가요.
틴즈디모는 정치인들이 우리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해결해 보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최순실 게이트였습니다. 민간인이 자기 이름이 적힌 투표지 한 장 없이 대통령을 뛰어넘는 권력자가 된 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파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시민입법제도, 국회의원 소환제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들을 도입해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선거권 연령 인하도 중요한 아젠다 같은데요.
피선거권과 선거권 연령 인하 외에도 정당 설립기준 완화 등을 통해 정치 진입장벽을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부터 주장을 실천하기 위해 회원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틴즈디모가 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청소년 공동회 개최 등의 활동도 해왔지요. 
청소년 공동회는 곧 펼쳐질 대선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입니다. 4~5명의 참가자와 틴즈디모 스탭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진행촉진자)가 한 조를 이뤄 각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대선에서의 요구사항들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조별 토론이 끝난 뒤에는 전체 토론을 하기도 하고요. 나온 의견들은 온라인 찬반투표에 부쳐서 많은 찬성표를 받은 요구안을 모아서 대선정국 때 발표할 예정입니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국회에서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산된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하려 했는데 운 좋게도 아는 국회 출입기자가 계셨고, 그 분을 통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락이 닿게 됐습니다. 다행히도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은 진보 성향 야당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국회 정론관을 대관할 수 있었습니다.
회견 관련 기사 제목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마치 저희가 부탁하는 것처럼 기사 제목을 뽑았더라고요. 저희는 기자회견장에서 부탁하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허리 꼿꼿이 펴고 당당하게 저희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의지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대변인인데, 우리 국민들이 그들 앞에 굽신거릴 필요가 있을까요?

만 18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장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지 못하면 올 상반기에 치러질 수도 있는 조기 대선에서 많은 스무 살(한국 나이)이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스무 살이 돼도 생일이 안 지나면 여전히 만 18세이기 때문이죠. 이미 사회적 나이로 성인이 됐는데 투표를 하지 못하면 억울하지 않은가요?

글=박주민(고양일고 1) TONG청소년기자 신대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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