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부시, 정계 기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조용한 내조'의 대명사로 통해 온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로라 부시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남편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꾸준히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 온 로라 여사가 최근 들어 활동반경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을 남편 동행 없이 순방한 데 이어 올 들어선 여성으로선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동행했다.

여기에 다음달 1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의 미국 대표단장까지 맡았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아테네 여름올림픽 때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대표단장에 임명한 바 있지만,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올림픽 대표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로라 여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힐러리 의원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의료보험 개혁과 교육.아동.복지 정책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능력을 발휘했고, 이 여세를 몰아 남편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자 곧바로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로라 여사가 최근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현 정부를 비난하는 힐러리 의원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16일 미국 국경일인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맞아 힐러리 의원이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을 과거 백인 농장주가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플랜테이션(대농장)'에 비유하자 로라는 "(힐러리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