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납세내역은 기자들만 관심" 트럼프 말은 사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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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50분 가량 진행됐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사생활을 뒷조사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 의혹부터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트럼프의 사업정리 문제, ‘오바마케어’ 폐기 여부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자회견 대부분 시간이 X파일 의혹에 할애됐다. 그마저도 부인으로 일관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는사이 나머지 현안은 단발성 질의응답이 오가는데 그쳤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등이 기자회견 직후 트럼프의 답변을 팩트 체크했다.

①“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제품에 국경세(Border tax)를 물리겠다”

:현실화 미지수
트럼프는 “외국에 공장을 세워 그쪽 나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회사엔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 자동차회사 포드가 멕시코에 해외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철회하면서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 입장에선 불똥이 튀게 생겼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국경세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경세 부과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 힘들거라면서다. 신문은 “공화당이 미국 의회 상ㆍ하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공화당 성향 상 트럼프의 주장대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②“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일자리가 단순히 백악관 안주인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흐름, 인구 통계, 국제적 이벤트 같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적인 경제정책으로 국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이게 쉽진 않을거란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일자리가 크게 늘었던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3~4%는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2%대 정체 상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트럼프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완전 고용이 아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③“대통령 직을 수행하면서 사업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사실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체를 두 아들에게 승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 내가 대통령을 하면서 사업해도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건 맞는 말이다. 미국 연방법은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공직자의 임기 중 재산이나 개인 사업체를 백지신탁에 맡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임기 동안 사업을 병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결정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이라며 “결국 자신의 사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이런 판단에 따라 사업체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④“내 납세내역은 기자들만 관심대상이다”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장기간 납세를 회피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예컨대 1조원에 육박하는 사업 손실을 신고하면서 18년간 세금을 안 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법적인 공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납세 회피 의혹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차례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자신의 재산과 납세내역을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는 납세 내역을 공개해 달라는 질의에 “내 납세내역은 기자들만 관심있어 한다”며 또 피해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0%가 트럼프가 납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트럼프의 변명을 일축했다.

⑤“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갖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기자회견) 자리가 친숙하다. 거의 매일 기사거리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매체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기사거리는 경선기간 상대진영측과의 공방에서 나왔다”며 “그나마 경선 때 기자회견을 하긴했지만 정기적이지도 않았고, 특정 매체는 회견장에 들여보내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도 “TV에는 자주 출연했지만 공식 기자회견은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마지막이었다”고 보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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