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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공개한 제2의 '최순실 태블릿 PC'…"L자 잠금패턴 풀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가 2015년 7~11월 사용한 태블릿PC(갤럭시 탭) 실물을 11일 공개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이 태블릿 PC에 대해 “(수사상) 상당히 의미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특검팀 확인 결과 태블릿 PC에 저장된 사용자 이름은 ‘최서원(최순실 개명 후 이름)’이었고, 이메일 계정 또한 최씨가 과거부터 사용하던 주소임이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씨가 사용한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의 잠금 해제 패턴이 모두 'L'자다. 이 태블릿 PC도 그대로 패턴을 입력하니 잠금이 해제됐다”고 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장시호씨 측이 지난 5일 제출한 이 태블릿 PC에서는 최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데이비드윤(최씨의 독일 정착·도피 조력자) 등과 주고받은 이메일 100여통이 담겨 있었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보낸 이메일 중에는 2015년 10월 13일자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회의에 활용할 대통령 말씀자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대통령 말씀자료를 받아 태블릿 PC에 저장한 뒤, 일부 내용을 삭제·수정해 다시 정 전 비서관에게 전송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해당 자료는) 유난히 최순실씨가 수정한 사항이 많아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은 하나의 이메일 계정을 공유했고 ‘이메일 내게 쓰기’ 기능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았다.

최씨가 태블릿 PC를 사용해 코레스포츠(최씨 소유의 독일 현지 법인) 설립 과정에 대한 내용은 물론 삼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에서 보내준 지원금이 코레스포츠를 통해 독일에서 사용된 내역, 특히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삼성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하는게 좋은지 이메일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특혜 지원을 받은 것은 물론, 코레스포츠를에 입금된 지원금을 사용한 후 ‘뒷처리’까지 삼성에 맡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최씨가 사용한 '제2의 태블릿 PC'를 활용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주요 임원진에 대한 '뇌물 공여죄' 압박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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