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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커진 토종 음원업체, 맥 못추는 애플·유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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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비스 경쟁 심화, 토종업체들의 약진, 좀 더 자리잡는 콘텐트 유료화.

국내 음원시장 지각변동 그후 1년
카카오, 멜론 인수 뒤 유료화 안착
간편 결제,복합 서비스로 시너지
글로벌 업체보다 보유 곡 적지만
가격·K팝 강점 살려 점유율 우위

카카오가 음원 서비스 1위 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를 인수한 지 1년, 국내 음원시장에 생긴 변화는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해 한국 음원시장은 격변기를 맞았다. 1월11일, 카카오가 1조8700억원을 들여 멜론을 인수한 게 출발점이었다. 음원 서비스 1위 업체와 국내에서만 가입자 4000만명 이상을 거느린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위 카카오와의 결합은 ‘손쉽게 음원에 접근해 편안하게 감상하기’ 서비스 경쟁에 불을 질렀다.

멜론은 우선 카톡 아이디로 로그인 하는 기능을 지원하며 진입 문턱을 낮췄다. 카카오 샵 검색으로 음원을 쉽게 골라 듣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의 음악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음원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이용자와 아티스트를 직접 연결하는 ‘커넥션’ 서비스를 속속 내놨다. 지난해 1월초 360만명이었던 멜론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400만명으로 늘었다. 방지연 로엔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신규 고객이 카카오를 통해 영입되고, 영입된 고객들은 잇단 신규 서비스를 통해 음원 소비 만족도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금융감독원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금융감독원

멜론에 이은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들도 서비스 경쟁에 가세했다.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벅스는 NHN엔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장착하고 ‘니나노 클럽’ 음악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벅스는 지난해 8월 고음질 전문 서비스업체 그루버스와 가수 황치열의 소속사인 하우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9월에는 SK텔레콤과 요금제 제휴를 통해 ‘벅스 익스트리밍’ 상품을 출시했다. KT뮤직의 ‘지니’도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이용 건수가 전년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지니는 그날의 날씨 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아침 기상음악, 사용자가 DJ가 돼 실시간으로 청취자와 채팅을 하는 실시간 DJ서비스 등을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음원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글로벌 기업들도 지난해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디지털 음원시장은 2001년 911억원에서 지난해 1조5000억원(추정치)을 넘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관계자는 “세계에서 음원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는 미국도 2009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7%에 그치는데 국내 시장은 연간 10%포인트 안팎씩 성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성을 보고 국내 시장에 뛰어든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 상륙한 애플뮤직은 석달 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는 11월초 가입자가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유료 전환 이후 가입자 감소 현상은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라며 “가입자 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글도 지난해 12월 유튜브 레드를 통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뮤직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금융감독원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금융감독원

업계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의 부진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음원을 토종 업체들이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애플뮤직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은 3000만곡으로 멜론보다 3배나 많지만 대부분 팝 위주여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유튜브뮤직도 팝스타의 희귀 음악과 콘서트 동영상까지 갖췄지만 ‘K팝’ 선호가 강한 국내 소비자들을 유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해외 뮤직 앱들이 국내 소비자들이 갈아탈 만한 매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서비스는 가격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멜론·지니·벅스 등의 한달 이용료는 약 9000원으로 애플뮤직의 7.99달러(한화 약 9400원), 유튜브 레드가 7900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수준이다. 그러나 토종 앱들은 이동통신사와 결합 상품을 통해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실제 이용 가격은 오히려 싸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가입자가 멜론 ‘프리클럽’에 가입할 경우 월 2900원에 무제한 듣기,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벅스도 ‘니나노 클럽’에서 월 900원에 무제한 음원을 공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토종 앱을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더 싸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와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동안 음원 유료화가 좀 더 자리잡는 효과도 생겼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음원 불법 다운로드 비율은 19.6%로 일년 비해 5.1%포인트 감소했다. 음악앱 업체 관계자는 “음원 시장에 관한한 콘텐트는 무료라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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