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기업은 일자리로 트럼프 공략…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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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만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나라와 중국을 사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을 극찬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윈과 40분간 만나 향후 5년간 미국 내 100만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마윈뿐 아니다. 전 세계 기업인의 미국 내 일자리 만들기를 통한 트럼프 구애 외교전이 뜨겁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6일 트럼프를 만나 소프트뱅크와 팍스콘을 통해 향후 4년 간 각각 500억 달러(약 60조원)와 70억 달러(8조3700억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9일 루이비통을 만드는 프랑스 명품그룹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도 만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다짐받았다.

중국과 일본 기업 등은 트럼프의 최대 공약인 미국 내 일자리 만들기를 내세워 발빠른 민간 외교에 나섰다. 트럼프가 오는 20일 취임하기 전 그와의 대화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 입장에서 마윈은 앞으로 예고되는 미ㆍ중 통상전쟁 속에서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와 별다른 교감이 없어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와 마윈의 이날 회동은 자신의 선거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마윈은 “미국의 중소 기업가, 모든 규모의 브랜드와 기업이 성장하는 중국의 소비 계층에게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중서부 지역의 100만 개의 소기업이 중국과 아시아에 물건을 판매하도록 어떻게 지원할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면서 무역 촉진을 강조했다.

마윈도 알리바바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미국 시장 개척은 필수 요소다. 마윈은 알리바바 비즈니스의 40%를 중국 밖에서 실현하겠다고 공약했고,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20억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펼칠 것이며 1000만 명에게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추산에 따르면 미국은 대중국 무역을 통해 4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으며, 지난 5년간 500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중국에 판매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陶寶)에는 이미 메이시스, 삭스피프스에비뉴 등 미국 백화점 업체들이 자사의 온라인 매장을 열어 중국 소비자에게 직판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온라인 쇼핑행사 동안 가상현실(VR) 매장을 시연하기도 했다.

바이밍(白明)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부주임은 이날 환추왕(環球網)에 “트럼프와 마윈의 회동은 미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의 귀감으로 트럼프와 협상할 때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얼마나 만들 것인지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이번 만남이 미·중 양국 모두에게 이롭다”며 “양국이 상호 공영의 기초에 설 때 미국의 이익 실현이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마윈의 제안은 대미 통상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민간 외교로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양국간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근본 문제를 해소하기 전까지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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