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못 볼 것 같아 기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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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벌게 해준 돈이니까 다 돌려줘도 아깝지 않아…. "

4억원 상당의 건물을 건국대에 쾌척했던 실향민 할머니가 헤어진 동생들 몫으로 모아둔 돈을 또다시 기부했다. 17일 건국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학교에 건물을 기증했던 이순덕(79.사진) 할머니가 2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6.25 때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서 내려온 할머니는 1960년대 초부터 건국대 근처에서 담배가게 등을 하며 돈을 모았다. 통일되면 북에 두고 온 두 여동생과 살기 위해서였다. 월남 직후 결혼에 실패한 할머니는 남한에는 피붙이가 없다. 악착같이 돈을 모은 할머니는 70년대 초 이 학교 근처에 2층 건물을 마련했다. 1층에는 식당을 차리고, 2층은 세를 주며 살아 왔다. 건국대에 이 건물을 기증했지만 동생들 몫으로 2억원만은 남겨놓았다. 통일되면 살 집이라도 마련해줄 생각이었다.

"생전에 통일이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몸이 아프니…. " 그러나 5년 전 파킨슨병에 걸리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죽기 전 동생들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 의미있는 일에 돈을 사용하는 것이 동생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생 몫이었던 2억원을 학교에 쾌척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건국대는 할머니를 기념하는 뜻에서 산학협동관 소강당을 '이순덕 기념 강의실'로 이름짓고 18일 명명식을 한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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