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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불출석 돌려막기…“대통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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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회 변론기일은 증인과 증거를 둘러싼 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재판을 하루 앞둔 9일 대통령 측이 선수를 뒀다.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61·구속)씨와 정호성(48·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나란히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특검 소환엔 “헌재 재판 있다”
헌재엔 “형사재판 준비” 핑계
전문가 “스스로 방어권 포기”
정호성도 밤 10시 불출석 사유서
변호인단, 분 단위로 행적 정리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자료 제출

최씨는 “본인과 딸의 형사소추나 수사 중인 사건 때문에 (탄핵심판에서) 진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11일 형사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정 전 비서관도 “본인 형사재판과 연관이 있다”며 “18일 법원 공판기일 이후로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하겠다”고 오후 10시쯤 헌재 당직실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최씨는 특검팀 소환에는 “헌재와 법원의 재판이 있다”며 불응해 ‘불출석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종범(59·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9일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았지만 실제 출석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와 함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간대별 행적을 10일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1000일 만이다. 이 서면엔 박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사적·공적으로 처리한 업무 내역이 분 단위로 담겨 있다고 한다.

①불출석 영향은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불출석으로 소추위원단의 증인신문 전략은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해 온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증언을 먼저 들은 뒤 최씨를 압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추위원단은 다른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른 정황 증거와 물적 증거가 충분해 이들의 증언이 없어도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핵심 증인들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한 셈이어서 박 대통령 측에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공현 변호사는 “소추위원단 측은 검찰 조사가 강요·조작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언을 증인들로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대통령 측이 이를 노리고 증인 불출석, 지연 출석 등의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②세월호 7시간 공방

소추위원단 측은 지난 8일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준비서면(97쪽)과 관련 증거로 1500쪽이 넘는 자료를 제출했다. 윤전추(37·여) 청와대 행정관의 2차 변론기일(지난 5일) 증언은 박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성실직책수행 의무위반에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추위원단 측은 윤 행정관의 말을 ‘자백성 증언’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고 관저에 TV는 없었다 ▶오전 10시에 참사 보고를 받았다 ▶참사 보고를 받고도 국민연금 보고서를 읽었다 등으로 정리되는 윤 행정관의 발언이 당시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성실한 직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 측은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분 단위 행적으로 이 같은 논리를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참사 소식을 접했지만 중간에 (전원 구조) 오보가 있었고 ▶미용사 외에 다른 외부 접촉은 없었기 때문에 시술 의혹 등은 허구이며 ▶머리 손질 시간도 20분에 불과했다 등의 주장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직접 대리인단과 상의하면서 내용을 검토했다고 한다.

③증거 진정성, 증인이 변수

대통령 측은 10일 재판부에 증거 의견서를 제출한다. 헌재로 넘어온 3만2000쪽 분량의 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다. 대통령 측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담긴 수사기록을 제외하고는 부동의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형사소송에서처럼 검찰 수사기록이 법정에서 증인을 통해 사실로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지연전술’이라는 주장에 대해 소추위원 측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검찰 수사기록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 일정의 변수가 될 증인은 대통령 측은 37명으로, 소추위원단 측은 20여 명으로 잡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10일 3회 변론기일에서 양측의 주장을 검토하고 증인신문을 하게 되면 탄핵심판의 큰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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