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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논쟁「경제조항」서도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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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을 앞두고 권력구조나 정치조항 못지않게 경제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개정헌법에 반영될 경제조항은 국민경제생활에 직결될 뿐 아니라 체제와 이데올로기와의 함수관계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대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기업 및 경제활동의 자유 창의에 비중을 두느냐, 부의 배분이나 형평에 역점을 두느냐에 따라 성격은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총이 근로자의 경영참여권 이익균점권 노동3권 등의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데 반해 경제5단체는 노총의 요구가 무리라고 지적, 오히려 자본주의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의 자유와 창의성의 보장이 절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학계도 분분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야는 각기 시안을 내놓고 있는데 대체로「소폭적인 보완 (여)」과 「대폭적인 손질 (야) 」 로 맞서고 있다. 따라서 경제조항은 협상과정에서 권력구조 못지않게 큰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헌법에서 경제조항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자본주의 폐단이 심화되는데 따른 반성으로 수정자본주의를 규정한 바이마르헌법이 그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즉 자본주의의 근간을 유지해 나가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경제조항을 등장시킨 것. 그 이후 경제조항은 20세기 각국 헌법의 특징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 헌법 역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경제질서의 기본」 (120조) 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자본주의경제를 천명하고 있으나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규제와 조정을 받는다」 고 규정, 수정자본주의 성격을 담고 있다.
우리 경제헌법도 경제적「자유」 와 「사회적 정의」 문제를 여하히 조화시키느냐를 놓고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 뫘다. 제헌헌법에서 최근 야당이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익균점권까지 규정했을 정도로 사회적 정의 쪽을 강조하는 경향을 지녔었으나 2차개헌때부터 「천연자원의 원칙적인 국유화 규정을 삭제하는등 자유화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80년 8차개헌때 독과점규제조항을 비롯, 농지의 임차농허용 농수 축협등 농어민의 자조조직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보장 중소기업보호육성 소비자보호 국가표준제도 신설등 7개 주요조항이 신설되면서 다시 방향수정이 가해졌다.
이번 개헌작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이미 핫 이슈로 제기된 노사관계조항이다. 여야의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인 경제단체들과 노총이 맞붙어 성명전을 개시했다. 민주당측은 시안을 통해 노총측 주장을 대폭 받아들여 단체행동권에 대한 유보조항의 완전 삭제 및 최저임금제실시 근로자의 경영 참가권 및 이익균점권을 개정헌법에 반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노동3권으로 불리는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대한 규정은 여태까지도 늘 논란을 거듭해 왔었다. 제헌헌법에서 「3권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안에서 보장된다」 고묶었던 것을 제3공화국 헌법에 와서 공무원을 제외한 일체유보조항을 없앴고 유신헌법에서
다시 3권 모두를 「법률이 정하는 범위」로 묶었다.
현행헌법에서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다시 풀어주는 대신 단체행동권에 대해서만 유보조항을 두었던 것인데 개정헌법에서는 이것마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비해 민정당의 기본입장은 노동3권에 대한 보장을 보다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생각이면서도 공무원이나 군인 경찰들에 대해서까지 단체행동권을 헌법에서 보장할수는 없지않느냐는 것. 민주당내에서도 시안과는 달리 유보조항의 완전 삭제에 대해 상당한 이론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제 실시는 여야가 모두 개정헌법에 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경영참가권 문제 역시 매우 민감하다. 민주당내에서도 반대가 많고 민정당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홍사덕의원 (民主) 은 의총에서 『헌법에서 경영참가권을 보장한 나라는 없다』 고 이론을 제기했는가 하면, 민정당측은 경영참가권의 개념자체를 오해하고 있다며 「불가」 의 입장을 밝히고있는 것.
서독의 경우 1951년에 실시된 노사간의 공동결정권제도는 근로자들의 경영참여를 보장한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감사위원회의 멤버로 참여, 기업경영의 감시역할을 하도록 한 취지라는 것이다.
이익균점권에 대해 민주당측은 제헌헌법에서 규정했었을 뿐 아니라 실체화하기 어렵겠지만 선언적인 의미에서라도 이규정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민정당측은 이익균점권의 헌법상 보장은 자본주의 원리에 배치되며 외국의 입법사례도 없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고도성장을 계속해야 하는 개도국입장에서 이같은 규정은 기업인들의 활발한 창업의욕을 다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농촌문제에 대해 민정당은 대체로 현행헌법을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의무규정을 추가하자는데 비해 민주당은 매우 구체적 대책까지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농어민의 자조조직(농 수 축협) 에 대한 정치적중립성 보장조항은 삭제하겠다는 입장. 농협이나 수협이나 노조와 다름없는 다같은 「조합」 이니만큼 당연히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해 이들의 정치적 자유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현행헌법에서 이 조항을 신설할 때에는 그동안 문제가 되어온 각종 협동조합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배제시키겠다는 의도였는데 이젠 오히려 야당쪽에서 삭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농지제도에 대해서도 여야가 엇갈리는 입장이다. 민정당은 현행헌법대로 「소작제는 금지하나 농지의 효율과 이용을 높이기위해 임차농 또는 위탁경영을 허용하겠다」는데 반해 민주당의 시안은 소작제금지를 규정했을뿐 임차농이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만약 민주당 시안대로 될 경우 현실적으로 전체 영농의 30% 안팎에 달하는 임차농을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중앙은행의 중립성 보장은 야는 적극적이고 여는 소극적이다. 통화신용정책이 정치적인 압력에서 벗어나 제대로 운용되려면 중앙은행이 소신껏 독자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헌법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주장이고 민정당은 중립성 보장은 곤란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선에서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헌법규정도 좋지만현행 한국은행법을 고쳐 외부간섭을 줄여주고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보다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헌법규정보다 훨씬 긴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독과점 규제에 관한 규정에서는 민정당은 현행헌법을 그대로 두거나, 아니면 정부의 규제와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인데 반해 민주당은 독과점 규제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소득불균형 시정과 분배구조 왜곡 개선문제까지 새힌법에 못박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장 우선정책으로 인한 문제점이 누적되어 온 만큼 이를 시정하기 위한 분배정책 강화를 헌법의 경제질서 규정조항에 포함시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정당은 독과점규제조항 등 현행조항이 오히려 앞으로 추구해야할 민간 주도경제체제에 있어 정부의 지나친 간섭 규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규제범위를 구체적으로 명기해야겠다는 입장이다. 김종인의원(민정) 은 『필요하다면 규제할수 있다는 식이 아니라 차제에 정부의 역할과 민간기업의 영역을 헌법에서 구분해주는 일이중요하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듯 경제헌법에 대해 여야는 기본시각부터가 다르다. 여당폭은 『그동안의 문제들은 헌법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정책을 바로잡을 일이지 헌법에다 미주알고주알 포함시킬 일이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이에 반해 야당쪽은 『오죽하면 헌법에까지 일일이 못박으려 하겠느냐. 하도 안되니 헌법을 동원해서라도 고단위 처방을 내려야 한다』 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공통된 기본인식은 「헌법보다 관계법이, 관계법보다 그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사법권의 독립성이 헌법 규정에 없어서 문제가 되어 왔느냐는 지적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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