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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대신 '덕분에'라고 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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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6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열이레째건만 우리는 여전히 이것 저것 탓하면서 지난 과거와 부정적인 심리에 발목 잡혀 있다. 정신적 공황사태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눈과 귀, 아니 온 감각을 혼란스럽게 사로잡고 있는 황우석 사건도,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에 묻혀 버린 사학법 파동도 이래저래 '탓하는 국민, 탓하는 나라'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 재계의 신으로까지 불렸던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아주 가난했다. 하지만 그는 가난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 '덕분에' 평생 근검절약할 줄 알아 부자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소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때문에'라고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지 못한 '덕분에' 평생 공부에 남들보다 더 많이 관심 갖고 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 배움에 온 열정을 쏟았으며 말년에는 마쓰시타 정경숙이라는 배움터까지 세웠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몸이 약했다. 하지만 몸이 약한 '때문에'라고 핑계 대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약했던 '덕분에' 더 조심하고 삼가면서 건강을 챙겨 95세가 넘도록 장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삶을 대하는 자세의 특징은 '때문에'라며 탓하는 것이 아니라 '덕분에'라고 말할 줄 아는 철저한 긍정의 철학이었다.

"긍정을 선택하라. 그러면 당신의 삶은 최고가 되리라!"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엘 오스틴이라는 젊은 목회자가 던진 말이다. 조엘 오스틴은 텍사스주의 한 지방대학을 1년 만에 중퇴했을 뿐, 한 번도 신학을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단지 18세부터 17년간 아버지 존 오스틴 목사의 목회를 방송하는 프로듀서 역할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에 당부한 대로 아버지가 이끌던 레이크우드 교회에서 설교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목사 교육을 받지 못한 그가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교회가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은 무교파 교회였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 젊은 목사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크우드 교회는 네 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급기야 프로농구팀 휴스턴 로키츠의 홈구장을 장기 임차해 교회로 사용해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조엘 오스틴은 미국 전역에서 방송을 타 그가 출연하는 텔레비전 설교 프로그램은 미국 안방을 점령하고 전 세계 150여 개국에 송출되고 있다.

도대체 이제 마흔세 살 난 그에게 무엇이 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조엘 오스틴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끊임없이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긍정의 가치, 긍정의 힘에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긍정보다 부정을 선택하곤 한다. 바로 거기서 모든 것은 꼬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을 선택할 때, 거기서부터 모든 삶의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그러니 우리도 '때문에' 라며 탓하지 말고 '덕분에'라고 말하며 긍정하자. 그리고 자기 주위에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이 되어 보자. 긍정의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져 갈수록 우리의 삶에서도 꼬인 것들이 풀려나가고, 그 '덕분에' 온통 탓하기 바쁜 이 나라도 정신 차리게 되지 않겠는가.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