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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주목하라 … 참가하지도 않고 ‘알렉사’로 전시장 점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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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18면

“티파니, ‘소원을 말해봐’를 듣고 싶어.”“알았어, 좋은 음악을 골라줄게.”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인공지능(AI) 비서 ‘위드’의 시연 장면이다. SK C&C와 손잡고 내놓은 상품으로 마치 소녀시대 멤버가 내 전용 비서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 뿐 아니라 K팝에 관심있는 외국인 관람객들도 미소를 띄며 연신 말을 거는데 여념이 없다.


전시장 곳곳에서 대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말을 하는 사람은 있는데 듣는 사람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 대화가 아닌 사람과 기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인 까닭이다. 올 CES의 주인공은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기기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은 “예전에는 카세트테이프나 CD,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내려받아 듣지만 앞으로는 말로 음악을 찾는 시대, 인공지능 비서가 내 소원을 들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5m 떨어진 사용자 목소리도 알아들어]
올해로 꼭 50주년을 맞는 CES를 휩쓴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이다. 위드는 인공지능 비서 시장에서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마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홈’ 등은 상용화에 바짝 다가섰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식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CES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유다.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를 활용한 스마트카를 들고 나왔다. 6일 전시장을 찾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단순한 기술 경쟁보다 ‘유저빌리티(usability)’, 즉 사용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인공지능 비서 가운데 아마존의 알렉사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사실 아마존은 CES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프 베조스 CEO 역시 기조연설은 커녕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행사장에는 알렉사가 탑재된 각종 전자 기기가 쏟아져나왔다. 중국 레노버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해 웹 검색이나 음악 재생, 리스트 작성, 일정 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원거리 마이크 8개를 탑재해 최대 5m 거리에서도 사용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중국 화웨이는 신형 스마트폰 아너9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도 알렉사를 실은 커넥티드 카를 전시했다. IT전문매체 씨넷은 “애플과 구글이 지난 5년간 CES에 공식적으로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CES를 주도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며 “올해 CES의 최대 승자는 아마존”이라고 평했다.

[‘인공지능 시대’ 첫 타자는 자율주행차]
정의선(46)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해로 3년째 CES에 개근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일정과 동선을 살펴보면 반도체·통신을 비롯한 IT와 자동차, 이종 제조업 간 결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CES 개막 하루 전인 지난 4일, 현대차의 미디어 콘퍼런스 도중 조명이 컴컴해지더니 정 부회장이 자율주행차(무인차) 아이오닉을 시승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약 20초 분량 영상에서 그는 운전대는 잡지 않은 채 잡지를 보거나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차량이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디론가 사라졌던 정 부회장은 마치 영상에서 튀어나온 듯 노타이 셔츠, 니트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다음 날인 5일에도 정 부회장은 완성차와 전장부품업체, IT 업체 등 40여곳에 들렀다. 우선 기조연설을 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약 20분 간 회동했다. 이어 독일 자동차 부품·전장업체인 보쉬의 전시관에서는 30분 이상 머무르며 커넥티드 모빌리티와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또 지난해부터 초연결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와도 만났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전시장을 누볐다. 도요타가 새롭게 공개한 컨셉트카 ‘아이(愛)’는 생체인식시스템을 탑재한 인공지능 차량이다. 운전자의 혈압, 심장 박동, 목소리나 표정을 분석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챌 수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용해 운전자가 탑승하면 ‘환영합니다’, 차량 뒷쪽에 다른 차가 근접할 경우에는 ‘조심하세요’ 같은 문구를 내보낸다. 도요타는 자율주행 등 최신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인간과의 교감을 앞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구글 계열사 웨이모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100대를 시험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경수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관측을 보면 2035년에는 신차 판매량의 75%를 완전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전망”이라며 “자동차 업계와 IT업계의 합종연횡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IT의 합종연횡 눈앞에]
반도체 업체 부스에서도 주인공은 자율주행 컨셉트카다. 엔비디아 전시장에는 독일 아우디와 함께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 자율주행 컨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엔비디아가 공급한 자율주행 프로세서 ‘드라이브 PX2’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향후 2020년까지 아우디와 손잡고 인공지능 스스로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목표다. 또 유럽 자동차 부품업체 ZF와 함께 트럭·상용차용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BMW는 대시보드를 없앤 미래형 자동차 ‘아이(i) 스마트카’를 공개했다. 허공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에어터치로 3차원 입체영상인 홀로그램을 띄워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가나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IT 업계의 목표다. BMW는 올해 하반기 인텔의 자율주행 솔루션 ‘고(GO)’와 모빌아이의 고성능 컴퓨터 칩 ‘아이 Q5’가 탑재된 완전 자율주행차 7시리즈 40대를 시범주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부스에도 BMW의 최고급 세단 ‘7시리즈’가 자리잡았다. 스마트워치 ‘기어S3’를 이용해 자동차 연료 상태 확인, 온도조절 등 원격작동을 할 수 있는 ‘BMW 커넥티드’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임미진 기자,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서울=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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