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찾아 심산유곡 누비는 '심마니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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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홍대(64.사진) 동양대 부총장이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 봉화다. 태백산맥 허리춤 해발 1200m 문수산에 둘러쌓인 산골 벽촌이다.

"가을이면 초등학교 교문 밖 잔솔밭에 송이가 수북히 올라왔어요. 마치 땅이 솟아 오른 것 같은 모습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지요."

부모님이 양조장을 경영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김 부총장 집엔 심마니들의 왕래가 잦았다. 심산유곡에서 산삼을 찾아낸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어떤 동화보다 더 흥미로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기에 산삼과 약초에 대한 그의 관심은 성장 후에도 계속됐다.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보낼 때도 그랬고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1971년 행정고시 10회에 합격, 공무원이 된 뒤 '산삼 사무관'이란 별명까지 달고 다녔던 그는 법제처와 재무부.국세청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2000년 법제처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29년의 공직생활 동안에도 산삼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우리 식구들은 휴가 철에 바닷가를 가보지 못했어요. 저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와 산속을 헤매며 보내는 게 전부였죠."

공직에서 물러난 뒤 경상북도 풍기에 있는 동양대 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6년 동안 산삼 연구에 빠져 살았다. 풍기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인삼 생산지며 인근의 소백산 역시 산삼을 비롯한 각종 약초의 보고로 알려진 곳. 그는 카메라 하나를 달랑 메고 심마니를 따라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동의보감'등 의서(醫書)와 산삼에 관한 동서양의 논문과 서적들을 섭렵하며 이론적 연구도 함께했다. 그렇게 얻은 산삼에 대한 지식을 묶어 지난해 말 '한국의 산삼'이란 책을 펴냈다.

"산삼에 관한 동서 고금의 서적들을 두루 살펴 봤는데 이 가운데 엉뚱한 정보가 적지 않았습니다. 의서의 고전인 '본초강목'과 '동의보감'만 해도 '산삼의 꽃은 붉고 열매는 가을에 진다'고 했고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꽃은 희고 열매는 7월에 지거든요."

그는 자신의 저서가 산삼의 발아.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뒤 생태적 특성을 망라해 서술한 만큼'산삼총서'로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활용하라며 수천만원짜리 산삼을 제공한 사람까지 있어 연구의 진전에 큰 힘이 되었다고도 했다.

김 부총장은 앞으로 인삼조합 등 업계 및 인삼 전문가 등과 힘을 합쳐 산삼의 상품화와 6년으로 알려진 인삼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왕희수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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