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미 타격할 핵무기 최종 단계? 그런 일 없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마무리 단계’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미국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걷어 치우지’ 않는 한 선제 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이를 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었다.

트위터에 ‘김정은 신년사’ 반박
측근 “북한 문제 가만히 안 있을 것”
1시간 뒤엔 중국 비꼬는 글 올려
“일방무역으로 미국 돈 빼가지만
그들이 북한 안 돕는 건 잘하는 일”
중국 압박해 북한에 압력 정책 시사

다만 트럼프는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이 아직 미 본토에 도착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인지, 혹은 북한의 ICBM 개발 움직임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인지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AP통신은 “트럼프가 (핵무기 개발을 하는) 북한을 멈추게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의심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2일 러시아의 핵무기 부대 전투력 강화 발언이 나오자마자 수시간 만에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단발적 트위터 응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오피니언 면에서 “북한의 ICBM 발언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면서 “그들이 시험 발사하면 미사일을 격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무력의 방어적 사용조차 김정은 위원장의 보복을 초래할 위험이 있지만 더 큰 위험은 김 위원장이 미국 도시를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수단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북한 ICBM 격추는 북한의 핵 개발을 둔화시키고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여주는 두 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북핵 관련 글을 올린 지 1시간 후 다시 트위터에 “중국은 전적으로 일방적인 미국과의 무역으로 엄청난 돈과 부를 빼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문제)을 돕지는 않으려 한다. 잘하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무역 문제로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얻으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데 도움을 거의 주지 않고 있는 중국의 지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1차 수순이 중국에 대한 강한 압력이 될 것이란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전략은 아직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차기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지명된 켈리앤 콘웨이는 2일 밤 CNN에 출연해 “차기 대통령(트럼프)이 북한 문제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를 국가안보팀과 토론하겠지만 실제 (제재가) 북한 핵을 억지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