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해 첫 날 기부하면 1년이 즐겁죠”…나눔으로 2017년 시작한 두 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부산 강충걸(66·왼쪽)·박영희(59)씨 부부.

부산 강충걸(66·왼쪽)·박영희(59)씨 부부.

새해 첫날을 기부로 시작하는 가족들이 있다. 강충걸(66)·박영희(59)씨 부부는 지난 2일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1년간 생활비 등을 절약해 모은 500만원을 기부했다. 강씨가 300만원, 아내 박씨가 100만원, 아들 예성(37)씨가 100만원씩 낸 돈이다. 강씨 부부와 아들은 해마다 절약한 돈을 새해 첫날 기부하기로 유명하다. 올해로 13년째다. “나누는 기쁨에 중독돼 누구보다 먼저 기부하고 싶을 뿐입니다.” 강씨가 새해를 기부로 시작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총 기부금은 6000만원에 이른다.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가족 단위 기부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부산·울산서 꽃핀 새해 첫 기부
강충걸·박영희씨 가족 500만원 기탁
생활비 아껴 2005년부터 13년 계속
울산 정석현·지윤 남매는 용돈 아껴
8만원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 기탁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이자 광고회사를 운영 중인 강씨는 “이제 새해 첫날 기부하지 않으면 1년간 영혼이 즐겁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강씨 가족의 기부는 2005년 시작됐다. 강씨가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기부를 해보자”고 얘기하자 아내와 외아들 예성씨가 흔쾌히 응했다. 기부금은 생활비를 절약해 마련된다. 예를 들어 양복을 살 때 신상품 대신 이월상품을 사서 아낀 돈, 물품 등을 사고 남은 동전 등을 꾸준히 모은 것 등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물품을 살 때는 마트 등의 할인행사를 적극 활용하곤 한다.

기부액수를 따로 정하지는 않는다. 경제 사정이 나을 때는 많이 내고 어려울 때는 적게 내는 식이다. 기부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면 꾸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들 예성씨는 2005년 대학생 전국 모의 유엔대회에서 받은 장학금 1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기부금은 지난달 출장 와서 아버지에게 전달을 부탁한 것이다. 예성씨는 이날 아버지에게 “결혼을 하더라고 검소하게 생활해서 계속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낮게 살고 높게 생각하자’는 생활신조를 가진 강씨는 2000년 조직된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초 회장이 됐다. 이전에는 사무총장을 맡았다. 아내 박씨는 협의회 구성 이후 부설 장애인정보화교육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울산 정석현(13·오른쪽)·지윤(8) 남매.

울산 정석현(13·오른쪽)·지윤(8) 남매.

울산 남구 무거동 정석현(13·서생중 1)·지윤(8·옥산초 2) 남매는 2일 오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저금통 1개를 전달했다. 저금통엔 8만원이 들어있었다. 남매가 용돈 등을 아껴 한 푼 두 푼 모은 것이다. 오빠는 2010년부터, 여동생은 2012년부터 해 온 일이다.

남매는 아버지 정창호(43·울주경찰서) 경위의 권유로 기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낸 정 경위는 20년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인천 부평의 봉사단체 사랑밭회를 정기후원한다. 정 경위는 “‘내가 좀 모자라게 살더라도 늘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쳤더니 요즘은 아이들이 더 열심이다”며 웃었다.

정군은 “좀 더 크면 연탄 나르기, 아프리카 봉사처럼 여럿이 함께하는 기부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도 “친구와 같이 하면 더 신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매는 “새해에는 여유 있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황선윤·최은경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