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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 "'남자 김연아'? 조금 부담스러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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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한 차준환(16·회문중3) 선수.

혜성처럼 등장한 차준환(16·휘문중3) 선수.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 차준환(16·휘문중3)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차준환은 지난달 10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16~2017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주니어 남자 싱글에서 총 225.55점(쇼트프로그램 71.85점+프리스케이팅 153.70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연아가 2005~2006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이후 11년 만이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차준환이 처음이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성적을 합산해 상위 6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이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에 전념한 차준환은 오는 6~8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데뷔했는데 성적이 좋아서 기쁘다. 매 시합마다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깨끗한 프로그램을 완성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에 입문한 차준환은 '피겨여왕' 김연아(27·은퇴)와 닮은 점이 많다. '점프의 교과서'라는 소리를 들었던 김연아처럼 점프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초등학교 시절 트리플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마스터했다. 2015년 3월부터 김연아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56·캐나다)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으면서 고난이도 점프를 빠르게 익히고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트리플 악셀을 1년 만에 완성했고, 남자 싱글 선수들의 필살기인 4회전 점프(쿼드러플 점프)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 확률은 90% 정도다.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루프도 연습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도가 10% 미만이다.

차준환 선수(왼쪽)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차준환 선수(왼쪽)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차준환은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점프 실수가 있었다. 스피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빙질 적응도 힘들었다. 여러가지가 겹쳐 실수가 나왔다"며 "4회전 점프는 꾸준히 훈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점프에만 치중하지 않고 있다. 스피드를 줄이지 않으면서 점프를 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스피드와 점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프로그램에 4회전 점프를 2개 정도 넣을 예정"이라며 "차준환은 아직 어리다. 길게 보고 전략적으로 점프 난이도를 높일 생각이다. 선수에게 압박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준환이 세계 피겨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남자 김연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남자 김연아'란 별명이 조금 부담스럽다"며 "주위 기대에 신경쓰지 않고 내 것만 차분하게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김연아보다는 하뉴 유즈루(23·일본)와 비슷하다. 차준환의 현재 스케이팅을 보면 하뉴의 10대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뉴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0세의 나이에 남자 피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2017~2018 시즌부터 시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 차준환은 "부상없이 컨디션을 잘 끌어올린다면 시니어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평창 올림픽도 나가고 싶다"며 웃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분명 평창 올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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