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시민 5만여명 촛불집회 소녀상까지 거리행진…"한일합의 파기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후 9시 부산시 동구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에서 부산 시민들이 `국민이 승리했다. 소녀상을 지켜내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31일 오후 9시 부산시 동구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에서 부산 시민들이 `국민이 승리했다. 소녀상을 지켜내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에도 5만여 명의 부산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일본 영사관 앞으로 1시간20분가량 행진한 뒤 오후 10시 넘어서야 집회를 끝냈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시민운동본부(이하 부산운동본부)는 31일 오후 4시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 중앙대로에서 9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만5000여 명(경찰 추산 4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사전 행사로 가수 김장훈의 공연과 서울대 조국 교수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오후 6시 시작된 본 집회에선 재벌총수 수사, 한·일 위안부 협정 파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오후 7시10분 행사장에서 5km 떨어진 일본 영사관을 향해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오후 9시 열리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위해서다.

앞서 경찰은 외교기관은 집회 금지 장소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이유로 일본 영사관 100m 이내 거리행진을 불허했다. 이에 부산운동본부는 지난 30일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토요일이라 영사관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본영사관 100m 내 거리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소녀상 제막식은 거리행진이 아닌 집회로 간주해 일본 영사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진행하도록 허용했다.

제막식 행사장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던 시민들은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주위를 에워싸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수백 명의 인파가 소녀상 주위에 몰려 거리행진이 막히자 주최 측은 제막식 행사장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녀와 현장을 찾은 갈진희(36)씨는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위안부 할머니가 겪은 아픔과 일본의 만행을 알려주고 싶어 나왔다"며 "역사의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 뒤 소녀상 제막식에도 참석한 조국 교수는 "소녀상이 철거됐다가 다시 세워지는 특수상황이 부산에서 벌어졌다"며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 합의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이 뜻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소녀상 설치를 이끈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제막식 행사무대에 올라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오늘의 승리는 국민의 승리다"며 "위대한 한걸음이지만 종착역은 아니다. 위안부 한·일 합의를 파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울 때까지 국민이 함께 해달라"고 주문했다.

6시간가량 이어진 집회는 오후 10시쯤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9차례 촛불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15개 중대 1100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