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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 트럼프 눈치 보며 내년 중반 이후 핵실험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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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는 북한의 도발이 유난히 많았다. 북한이 새해 시작부터 4차 핵실험(1월 6일)을 기습적으로 실시한 데 이어 9월에도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과거엔 3년마다 핵실험을 실시했다. 미사일 발사도 예년에 비해 2배 이상이었다. 본지 인터넷 뉴스(JOINS)의 군사안보사이트인 ‘Mr. 밀리터리’ 필진들로부터 올해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와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과 김태호 교수,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영태 동양대 군사연구소장,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좌담회는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의 사회로 22일 한양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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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해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내년에 핵무기 실전 배치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있나.
▶정영태(이하 정)=전반적으로 볼 때 올해 북한의 핵실험은 상당히 과장됐다. 따라서 핵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 트럼프를 의식해 새 행정부 출범 전후인 내년 1, 2월에 도발할 수 있다. 도발 형태는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의 대선을 겨냥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선에서 안보적 쟁점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북한으로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선과 안보를 명확하게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Mr. 밀리터리’ 필진 좌담
북, 핵 실전배치로 위협·평화 병행
미·중 관계 보면서 도발 명분 축적
미국은 중국 이용해 북핵 해결 생각
트럼프, 아시아 몰라 직감 판단 우려
정부, 한반도 정책 적극 설득 필요

▶구본학(이하 구)=북한의 5차 핵실험 결과를 보면 내년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스커드 또는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도발에는 눈치를 볼 듯싶다. 트럼프와의 강한 대결에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먼저 도발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우선 핵 위협과 평화 공세를 병행하면서 미국의 반응에 따라 도발의 명분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 대화 속에 도발 기회를 엿볼 것이다. 도발한다면 내년 중반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북한에 도발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관망할 것이다.

▶김성철=미국은 중국의 효용성이 있다면 중국을 이용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반면에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인지의 가능성을 판단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먼저 미국을 자극하기보다는 미·중 관계 변화를 보면서 도발 가능성과 시점을 판단할 것이다.

북한 체제의 안정성은 지속될 것인가?
▶정=북한은 ‘핵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대북제재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자초할 가능성이 커진다. 제재에 따른 국제환경도 악화돼 북한 내 기관들의 자금난 역시 어려워질 것이다. 태영호씨와 같은 북한 외교관의 ‘탈북 도미노’가 일어날 수도 있다. 북한 상층부 엘리트의 심각한 균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 대북제재는 점차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아직까지는) 대북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2270호 및 2321호)에 추가된 것은 석탄 수출 감축이다. 광물 수출 전반을 제재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줄여도 희토류와 철광석 등의 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별로 효과 없다. 예를 들면 단둥지역의 무역을 제재하니 두만강지역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김성철=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짐도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 한·미·일 공조 및 사드 배치를 계기로 북한과 긴밀하게 협력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 어려움이 크지 않다.

트럼프 등장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
▶김태호=중국은 트럼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도 트럼프 못지않은 강성이다. 또한 양국의 문제가 국가 차원의 이익 충돌이어서 서로 양보하기 어렵다. 미·중 간 충돌은 남중국해, 동중국해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수중 드론을 나포한 사례나 그 해결 과정을 보면 양측 모두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 2321호에 따른 대북제재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구=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중동 쪽에 치우쳐 걱정이다. 트럼프가 아시아 지역을 잘 몰라서 정책 추진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해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면 중국이 대북제재에서 빠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성철=미국이 대만문제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북한에게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 당선 직후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하면서 북한은 미·북 간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만, 동중국해 경제안보, 북한 문제 등을 모두 던져놓고 거래하는 복합적인 구상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아시아를 잘 몰라 직감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트럼프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한반도 안보 문제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 관계 변화는.
▶구=사드로 평택 미군기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주한미군 일부와 한국 국민,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항만·공항, 원전·공단 등 전쟁수행에 필요한 부분은 보호한다. 이런 시설이 더 중요한 면이 있다. 중국은 이런 사드 체계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 변화(밀착)에 주목하는 것이다.

▶김태호=시진핑 은 집권 3년 동안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비판적으로 변했다. 시진핑의 의식 변화는 각 분야로 번졌 다. 중국의 이런 현상을 사드 문제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사드압도일체)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김성철=중국은 (사드를) 여론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대선 국면 등으로 국내 여론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북한(추정)이 국방 전산망을 해킹했다.
▶손영동=군의 총체적 부주의와 보안태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근 사이버공격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북한의 해킹으로 본다. 북한은 한국 사회의 혼란을 틈타 사이버공격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김민석 군사안보전문 기자 정리=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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