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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있는 기업은 실패와 고객 불만을 활용할 줄 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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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20면

현대카드가 본사 로비에 설치한 ‘통곡의 벽’. 고객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현대카드]

불황기에는 직원의 애사심이 기업의 명암을 가른다. 올바른 전략을 세웠다 하더라도 조직 문화가 바탕에 깔려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08년 닐슨(Gary L. Neilson)·마틴(K.L. Martin)·파워(E.Power) 등이 50개국, 1000개 기업 12만5000명을 조사한 결과 5명 중 3명이 ‘전략 실행이 제대로 안 된다’고 응답했다. 실행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의 결과다. 때문에 제각각 움직이는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야 전략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통상 핵심성과지표(KPI) 점검 결과를 종합해 보면 5가지 어려움이 드러난다. ▶체계성의 미흡 ▶평가와 보상과의 연계 ▶구성원 간 공유 ▶개선 방법 모색 ▶시행착오 반복이다. 이 5가지 어려움을 해결 하려면 지속성·즉시성·공유성·확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첫째, 지속적으로 점검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둘째, 개선이 필요하다면 즉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셋째, 점검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구성원들에게 공유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요인은 확산되고 실패는 반복되지 않도록 학습돼야 한다. 이 네 가지가 조직 내에 자리 잡게 하려면 비주얼 플래닝(Visual Planning)과 ‘실패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


변화 관리의 구루인 존 코터(John Kotter)는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첫 단계로 구성원들이 현상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것을 강조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고객만족’을 실천하기 위해 고객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는 ‘통곡의 벽’을 본사 로비에 설치했다. 모니터 60개를 설치해서 리얼타임으로 고객들의 불만, 요구사항을 여과 없이 구성원들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그 결과 2010년 7월 기준 무려 1만 7000건이었던 고객 불만건수가 12월에 8600건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비주얼 플래닝을 제대로 하려면 현장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전사 중점 전략에서 개인의 업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보드를 만들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시장 점유 정도를 지도에 색깔로 표시하면 빠르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개인별 KPI와 팀별 업무를 월간·주간 계획, 일일 계획까지 표현한다. 개인별로는 업무 성격에 따라 개선업무, 일상업무, 돌발업무로 분류해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집중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업무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사전략, 조직과 개인의 업무, 그리고 개인 업무 성격까지도 분류해 전체를 비주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시화된 내용을 공유해 조직 전체의 창조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비주얼 플래닝은 공유가 핵심이다. 팀원들이 매일 아침 보드 앞에 서서 2분 내로 자기 업무를 발표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업무공유가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업무를 이해하게 되면 서로 협조하게 된다. 제기되는 문제점들도 즉시 해결할 수 있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게 되며, 객관적인 실적 평가도 가능해진다. 매일 매일 미팅을 하다 보면 누가 잘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비주얼 플래닝을 성공적인 사업계획을 위한 도구가 되게 하려면 실패에서 배우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 실패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유는 많은 경우 상사가 책임을 묻고 야단을 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실수가 있어도 입을 다물게 된다. 그러면 그 실패가 숨겨지고, 숨겨진 실패가 또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토요타 공장 종업원이 완성차의 마무리를 검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실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패의 속도를 두 배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실패를 성공을 위한 기회로 여기면, 실패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논리적 실패’를 장려한다. 의욕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을 아이디어를 내지 않은 것 보다 높이 평가한다. 토요타자동차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5단계 ‘왜’라는 질문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안을 마련한다. 혼다와 BMW 역시 실패한 직원에게 특별한 포상제도를 실시하고, 제약회사 머크는 실패한 연구에도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축적된 실패 데이터들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다. 또 실패 사례들을 모아두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DB를 구축하는 것이다. GE는 이러한 작업을 5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IBM·현대카드·토요타·혼다·GE 등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은 모두 실패를 활용하고 있다.


가치관이란 사명, 비전, 핵심가치를 말한다. 사명은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를 말한다. 비전은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 미래의 모습이다. 핵심가치는 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내용과 의미를 구성원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최우선 과제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도 컨설팅에 앞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물어본다. 5명 정도의 사람들이 같은 답을 할 경우 조직문화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가치관 경영은 집 짓는 단계에 비유할 수 있다. 집을 지으려면 어떤 집을 지을지 머리로 구상해야 한다. 다음은 구상한 집의 설계도가 나와야 하고, 설계도가 나왔다면 이에 따라 시공하고, 마감과 인테리어를 잘 마무리해야 집의 품질이 높아진다. 교육과정에 있는 CEO들에게 현재 단계를 조사해 봤다. 구상이 머리에 있다는 발견단계에 있는 기업이 33%, 명문화돼 가치관이 설계도로 명확하게 정립돼 있는 기업이 32%, 정립뿐만 아니라 제도화까지 연결된 기업이 24%, 임원들이 계속 가치관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활화 단계에 이른 기업이 11%로 나타났다. 각 단계별로 챙겨야 할 중요한 부분과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발견 단계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드러내 경영진의 생각과 직원들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파악한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인 사명과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를 말하는 비전을 혼동하는 사례가 흔히 나타난다. 사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뀌지 않으나 비전은 계속 재정립되면서 발전해나간다. 예를 들면 애플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인간적인 도구들을 제공해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사명대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이처럼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외에 기업을 운영하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또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사람을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을 보면서 중시하는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창업경영자는 무의식 속에 있는 자신의 가치관을 발견하고, 전문경영인은 회사 곳곳에 숨어있는 창업경영자의 흔적을 발견하여 구체적 의미를 정립한다.


가치관을 만들 때 CEO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들과 이 여정을 함께 할 때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 워크샵에 참여시켜 공감대를 형성하고 CEO와 임원이 같이 가치관을 확정하는 단계를 거치면 된다. 한명의 인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제일주의가 있는가 하면, 범재 경영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럼 직원들은 “왜 우리기업은 다른 기업과 달리 범재가 중요할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때 화합하지 않는 천재 집단보다 화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범재 집단이 더 가치가 있다는 논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면 직원들이 공감하게 된다.


가치관이 정립되면 각종 제도에 반영하여 실천을 촉진해야 한다. 볼보는 안전이라는 가치를 주겠다는 것이 사명이다. 안전을 위해 3점식 안전벨트를 만들었으며, 특허를 공개했다. 안전이라는 가치를 주기 위해 이 특허가 모든 자동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면 BMW는 프리미엄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가 없고 고급 승용차만 만든다. 대신 최고급 승용차, 드라이빙 센터, 일대일 모터쇼를 통해 개인이 프리미엄 가치를 느끼게 하는 전략에 집중한다.


이어 핵심가치가 구체적인 지침으로 정리돼 있는지, 인재상·채용·평가·보상 등의 인사 제도에 반영돼 있는지를 점검한다. 리더는 가치관에 기반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지, 승진시키는지, 해고하는지를 보면서 기업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직원들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쿠제스(J.M. Kouzes)와 포스너(B.Z. Posner)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직의 가치관이 명확하더라도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룹이 조직에 대한 헌신도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공감을 얻고 실행하여 생활화 하려면 개인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실천 수준을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지속적으로 칭찬, 질책,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해 우리 조직 안에 가치관이 살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배보경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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