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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베토벤·브람스 … ‘B’ 내리는 평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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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24면

대관령국제음악회가 13회를 맞은 올해 이름을 바꿨다. ‘평창대관령음악제’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개최지인 평창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명칭과 로고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의 설명이다.(단 웹사이트는 그대로 www.gmmfs.com를 쓴다)


7월 12일부터 8월 9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강원도 일대에서 펼쳐지는 올해 음악회의 주제는 ‘BBB자로…’. 서양 음악사에서 각각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 브람스(Brahms)의 성이 모두 ‘B’자로 시작한다는데 착안했다.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은 “따져보니 음악사에서 ‘B’자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음악가들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에서는 위의 3B 작곡가를 중심으로 바르토크, 번스타인 등 모두 B자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작곡가 26명의 작품이 연주된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한국 작곡가인 백승완(35)도 있다.


정 감독은 또 “저명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베르크(67)에게 이번 음악제를 위해 위촉한 곡 ‘처음 듣는 듯 달콤한, 그러나 이미 들은 이야기들: 페르난두 페소아의 세 개의 시’가 29일 무대에서 세계 초연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음악제의 포스터에 사용된 대관령 숲의 사진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이라니, 말 그대로 ‘B’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정경화(맨 왼쪽)·정명화 예술감독과 손열음 부예술감독.

B자로 시작하는 작곡가 작품 65곡 총 13회 공연음악제의 핵심은 알펜시아 리조트 내 콘서트홀과 뮤직텐트에서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리는 ‘저명연주가 시리즈’다. 총 13회 공연에 ‘B작곡가’들의 작품 65곡이 준비됐다.


28일 오후 7시 30분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음악제의 시작을 힘차게 알린다. 핀란드의 아포 하키넨이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일명 쳄발로)로 옛스러운 선율을 재연하고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이 그 뒤를 받친다. 이들은 이번 음악제에 처음 참가한다.


음악과 춤의 앙상블은 이제 음악제의 전통이 됐다. 지난해에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 서희가 ABT 수석발레리노 알렉산드르 암무디와 함께 미국 현대무용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볼레로’를 멋지게 선보여 화제가 됐다.


올해는 세계적인 마임이스트 게라심 디쉬례프(Guerassim Dichliev)가 그 뒤를 잇는다. 불가리아의 소피아 국립영화연극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93년부터 4년간 파리의 마르셀 마르소 국제마임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마임을 공부하고 97년부터 마르셀 마르소 컴퍼니에 입단해 세계 투어에 나섰다. 마르셀 마르소(1923~2007)는 전세계에 마임 열풍을 일으킨 프랑스의 팬터마임 작가이자 배우다.


디쉬례프는 보테시니의 ‘고도의 기교를 위한 카프리치오’(28일 오후 7시 30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31일 오후 5시), 바버의 ‘아다지오’(8월 4일 오후 7시 30분) 연주에 맞춰 놀라운 마임 무대를 선보인다.


바흐를 좋아한다면 8월 3일 오후 5시 무대를 놓치지 말자. ‘판타지아 C 단조’와 ‘결혼’ 칸타타 중 “이제 사라져라, 슬픔의 그림자여” 등이 소프라노 임선혜와 아포 하키넨·헬싱키 바로크 앙상블 등의 무대로 꾸며진다. (티켓 값도 이 무대만 특별히 R석 5만5000원, S석 4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널찍한 뮤직텐트 안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별미다. 토요일 오후 7시 30분마다 열리는데, 30일 공연은 베토벤과 벨리니의 무대다. 임선혜(소프라노), 모니카 그롭(메조소프라노), 김동원(테너), 박흥우(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베토벤의 ‘C장조 미사’는 특히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내년 음악제의 부예술감독으로 위촉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무대는 항상 뜨겁다. “강원도(원주) 출신이라 내 마을 잔치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손열음은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28일 오후 7시30분), 베르크의 ‘실내 협주곡’(31일 오후 5시), 바르토크 ‘두 대의 피아노와 퍼켜션을 위한 소나타’(8월 6일 오후 2시), 부조니의 ‘쇼팽 르렐류드’(8월 7일 오후 5시)를 들려준다.

2015년 강릉 선교장에서 열린 야외음악회.

강릉 사대부 집 선교장 앞마당서 8월 1일 특별무대강원도 일대를 순회하며 도민과 피서객들에게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들려주는 ‘저명연주가 시리즈-강원’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7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총 9번에 걸쳐 진행된다.


정경화 예술감독이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춘천시향과 함께 첫 무대를 시작한다.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이어 첼리스트 강승민이 19일 원주 연세대 대강당에서 원주시향과 함께 모차르트의 ‘극장지배인 서곡’ 등을 연주한다.


강릉 중요민속문화재 5호로 지정된 선교장(船橋莊)은 잘 보존된 사대부 가옥이다. 사랑채 열화당(悅話堂)과 연못 위의 정자 활래정(活來亭)으로 유명한데, 8월 1일 오후 7시 이곳 앞마당에서 특별 무대가 열린다. 호른 주자 윌리엄 퍼비스가 슈만의 ‘환상소곡집’을,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들려준다. 소프라노 이명희 등이 준비한 ‘그리운 금강산’도 태백 준령의 여름밤을 시원하게 적실 예정이다.


클래식과 국악의 접목을 시도해온 정명화 예술감독의 또 다른 무대도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8월 19일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에서 열리는 ‘계촌클래식 거리축제’다. 정 감독은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예술거장으로서 이 축제에 2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개막공연에서 안숙선 명창과 함께 준비한 무대가 눈길을 끈다. ●


◇평창대관령음악제 티켓문의 02-788-7328, www.gmmfs.com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R석 7만5000원, S석 5만5000원알펜시아리조트 뮤직텐트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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