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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패션 4인방, 베이징을 유혹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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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호 24면

중국 베이징 ‘차이나패션위크’(10월 25일~11월 2일) 기간 중 지난달 30일 오후 열린 ‘K패션 프로젝트’가 현지 미디어와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K패션 프로젝트’는 한국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와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째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기획이다. 2012년 뉴욕을 시작으로 세계 브랜드의 격전지인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규모의 패션쇼에 참가해 K패션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려왔다.


전 세계 패션시장의 초점을 모으고 있는 중국시장을 향한 공략은 온라인 사업에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패션협회가 온라인쇼핑몰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중국 내 최대 온라인쇼핑몰들과의 MOU를 통해 K패션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 한류’를 견인하고 있는 한국패션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온·오프라인 ‘쌍끌이 전략’을 중국 베이징 현지에서 중앙SUNDAY S매거진이 취재했다.

한류스타가 불 지핀 K패션, 상하이 이어 베이징 입성2016 SS 트렌드를 미리 선보이는 차이나패션위크는 798예술지구와 베이징 호텔에서 나뉘어 진행됐다. 고층빌딩 숲 사이에 들어선 베이징호텔은 중국의 발전된 산업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 798예술지구는 군수공장이 있던 자리에 예술가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개인 작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술거리. 오래된 건물 사이로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와 레스토랑·갤러리·아트공방이 들어서 있어 중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K패션 프로젝트’는 798예술지구에서 열렸다. 참가 브랜드는 동대문에서 시작해 세계 시장까지 진출한 ‘버커루’, ‘제시뉴욕’을 비롯해 도시의 젊은 워킹 걸을 타깃으로 하는 ‘지센’과 ‘트위’의 4개 업체. 무대에 오를 각 브랜드의 의상 선정과 스타일링은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의상 감독을 맡았던 뉴욕 패션계의 거물 패트리샤 필드와 한국의 인기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맡았다. 4대 컬렉션이 열리는 패션도시 뉴욕의 트렌드와 한류스타들을 통한 K패션 열기를 접목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베이징을 찾은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또 하나의 이슈였다.


쇼의 포문을 연 것은 데님 브랜드 버커루였다. 1950~60년대 뉴욕의 레트로-모더니즘을 컨셉트로 하는 버커루는 한국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프리미엄 워싱 데님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번 시즌 광고에는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을 기용해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화제몰이 중이다. 패트리샤 필드와 김우리는 이 캐주얼한 데님 의류에 고급 사교클럽의 취미인 승마 액세서리를 조합한 스타일링으로 프리미엄 진의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보여줬다. 버커루를 생산하는 MK트렌드의 김영윤 상무는 “국내 백화점에서 버커루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상당하다”며 “이번 쇼가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의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진 무대는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우먼 룩을 컨셉트로 하는 제시뉴욕. 2007년에 이미 중국 론칭을 시작해 45개 백화점에 입점한 제시뉴욕은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중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레드와 핑크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소품처럼 들고 나온 모델들의 경쾌한 발걸음은 쇼핑을 막 마친 여성의 즐거운 모습을 연상시켰다.

한·중 패션협회, 디자이너와 브랜드 협업 추진오후 6시에 쇼를 진행한 트위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뜻을 지닌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봄여름에 어울리는 스트라이프 무늬와 무릎길이 플레어스커트 등으로 발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올해 중국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 티몰에 브랜드를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트위는 2016년에는 중국 내 1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패션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장식한 브랜드는 지센이었다. 손에 흰색과 붉은색 부케를 든 모델들이 무대에 차례로 등장하자 쇼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베이징의 차가운 공기는 어느덧 잊어버리고 봄날의 산뜻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4개 브랜드의 쇼를 모두 지켜본 중국의 패션 파워 블로거 리샤오다이는 “평소에도 한국드라마를 즐겨보며 신민아, 공효진 등의 스타일링을 참조하고 있다”며 “중국 패션은 민족적 특색이 강한 반면 오늘 본 한국 패션은 글로벌한 느낌이라 젊은 층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광고촬영을 주로 한다는 사진가 오옌시 역시 “한국 스타일은 전 세계 어디서나 환영받을 만큼 세련되고 글로벌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이나패션위크’ 공식무대에 한국 브랜드를 초청한 리당기(李?岐) 중국패션협회장은 오후 내내 ‘K패션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이미 영화·드라마 쪽에선 양국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K패션에 대한 중국여성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양국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좀 더 활발하게 오가며 협업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13억이 대기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공략하라11일 중국에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쇼핑 이벤트가 열렸다. 숫자 1이 짝이 없이 혼자인 사람(光棍·광군)을 닮았다고 해서 매년 11월11일이면 온라인 쇼핑몰에선 할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날 하루 동안 중국 최대 인터넷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올린 수익은 우리 돈으로 약 16조 5000억원. 중국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네티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억 명에 달한다. 이 중 5억 명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쇼핑하는 모바일족이다.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한국 패션이 이들에 대한 전략도 세워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 시내 번화가인 싼리툰에서 만난 니판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데 옷을 사기 전 검색어 ‘한국패션’ 카테고리에 나오는 옷들을 많이 참조한다”며 “한국 옷은 정장도 딱딱한 느낌보다는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이라 맘에 든다”고 했다. 실제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에서 검색창에 ‘한국’을 치면 ‘한국여장(韓國女裝)’, ‘한국동대문(韓國東大門)’, ‘한국동대문대리구매(韓國東大門代購)’ 등의 카테고리가 뜬다. 97년 산둥국제경제기술합작회사 한국지사대표로 서울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자오잉광(趙迎光) 사장이 2008년 설립한 ‘HSTYLE’은 현재 중국 여성들에게 가장 핫한 쇼핑몰로 꼽힌다.


하지만 HSTYLE을 비롯해 ‘한국’ 검색어에 뜨는 상품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만든 옷이 아니다. ‘한국 스타일’로 중국에서 만든 중국 옷들이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국 여성들이 옷을 잘 입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류의 영향 덕분이다. 때문에 한국 여성처럼 입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옷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은 적다. 온라인쇼핑에서 한국 옷을 구매하더라도 중국 시장의 특성상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패션협회도 이 지점에 주목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우수한 패션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중국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업인 넷이즈그룹(163.com)과 MOU를 체결한 이유다. 현재는 중국 2위 온라인 기업인 JD.com과의 MOU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 브랜드를 시장과 연결해주고,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에겐 한국패션협회가 인정하는 브랜드를 추천하는 윈윈 전략이다.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은 “한중 FTA 체결에 따른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양국 패션산업의 공동 발전을 모색하고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우수 한국 브랜드 입점 및 활발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베이징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한국패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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