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주에 큰 호재는 안 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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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1 면

위안화가 사흘간 절하됐다. 원화의 반응은 하루 하루가 달랐다. 첫날에는 위안화가 절하된 만큼 원화도 절하됐다. 두 번째 날은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와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 반면, 역외시장에서는 원화 절하 폭이 줄었다. 세 번째 날에는 위안화 절하 뉴스가 나왔을 때 잠시 반응을 보이다 이내 잠잠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시장이 위안화 절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 준 사례다.
시장의 적응력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하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 우리 환율은 위안화 절하를 흡수할 여력이 있다. 올 들어 원화가 달러 대비 6.8% 절하됐다. 작년 저점부터 따지면 그 폭이 15%에 달한다. 한국 제품은 엔화가 달러당 76엔에서 125엔이 되는 동안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3%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가격 경쟁력 훼손을 만회할 만큼 제품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위안화가 5% 정도 절하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위안화 재료, 큰 역할 못한다
위안화 절하가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흥국 통화 불안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현실성이 없다. 위안화 절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2년간 이 지역 통화는 남미를 비롯한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강세를 유지해 왔다. 경제 기반이 좋아서인데,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하가 아시아 지역 통화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
위안화 절하에 대해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위안화 절하는 시장이 생각지 않았던 재료였다. 여기에 높은 주가라는 시장 내부적인 문제가 겹쳤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동안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은 기업 이익과 주가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부담 요인과 위안화 절하가 만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국내 시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7월 말 이후 국내 주가가 약세여서 사소한 악재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마지막은 위안화 절하 폭이다. 사흘간 5% 정도 절하됐는데 지난 2년 사이 최대 절하 폭이 1%를 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된다. 위안화 절하로 인한 주가 변동이 점차 약해질 전망이다. 절하 폭이 더 커져 뉴스거리를 계속 제공한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재료로서 위안화는 더 이상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개별 기업은 시장과 다른 반응이 예상된다. 위안화 절하를 흡수하는 능력에 따라 주가 등락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절하 수혜주로 자동차 등 환율 관련주를 꼽고 있다. 반대로 피해주는 화장품 등 소비재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위안화가 절하된 적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2014년 1월에서 6월 사이로 달러당 6.1위안에서 6.7위안으로 절하됐다. 두 번째는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인데 절하율이 0.7%였다. 2014년에 주가가 올랐던 업종은 아이티(IT)와 소비재, 생활용품이었고, 2015년에는 화학, 에너지 및 소비 관련주들이었다. 시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안화 절하가 중국 소비 관련주를 끌어내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주가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건 위안화 절하 폭이 작았기 때문이다. 1% 미만의 절하로는 실제 제품가격을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당시 주가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움직인 점도 위안화 절하가 소비재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소비재 주가가 강하게 상승해 위안화 절하라는 악재를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단기 효과보다 장기 가격 변화에 관심을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이 고주가에 시달리고 있다. 위안화 절하가 시작되기 전 이미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한 상태였는데, 내부적인 취약 요인에 위안화 절하가 겹쳐 과거보다 주가 하락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절하 폭도 문제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을 제외하고 위안화가 5% 이상 절하된 적이 없었다. 지난 15년간 위안화는 항상 절상이 되는 통화로 인식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큰 폭의 절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영향력이 얼마나 계속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 영향이 나타난다면 실적 변화와 직접 연관된 중국 소비 관련주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출 관련주는 상승의 계기를 잡았다. 위안화 절하에 맞춰 원화가 절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 관련주가 예상치 못 한 호재를 만난 게 사실이지만, 주가 상승으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이들 주식은 2분기까지 이익이 좋지 않은 등 부진에 시달렸는데, 수출 관련주가 위안화 절하를 계기로 중소형 주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시장 주도권을 넘겨받기는 힘들다.
중국은 우리 해외투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다. 후강퉁을 계기로 중국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번 위안화 절하에서 보듯 중국의 정책 능력은 아직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 위안화 절하에 따른 단기적 효과보다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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