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과 최루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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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생과 시민들에 의한 시위가 날이 갈수록 과격일로 치달아 치안부재의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가 시위군중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병력에 의해 난장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수만 군중에 의한 시위로 교통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파출소와 경찰장비가 불타는가 하면 고속도로를 마비시키고 노선을 달리는 열차까지 운행이 정지 당하는 극도의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도시의 공기는 마구 쏘아대는 최루탄에 의해 숨이 막힐 정도고, 노면은 돌멩이와 깨진 보도블록에 의해 차량통행이 어려운 불편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극한 상황이 어디서부터 촉발됐고, 어떤 경로를 거쳐 확산됐으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 앞서 이러한 극한 상황이 어디서부터 촉발됐고,어떤 경로를 거쳐 확산됐으며,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 앞서 이러한 무질서와 혼란이 더 이상 계속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더 무겁다.
물론 학생·시민들의 시위 목적이 국법질서를 문란시키고 혼란을 고의적으로 조장하려는데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들이 외치는 「호헌철폐」니 「4·13철회」 라는 구호에서 나타나듯이 정치적인 불만과 이를 시정하기 위한 충정이 기둥을 이루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시외군중의 주장과 행동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이 사회의 재산을 파괴하고 개인의 생업에 지장을 주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할수 없다.
때마침 통일 민주당의 성명이 시위군중과 그들의 시위 방법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이런 우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우리도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유와 민주를 요구하는 시위라면 마땅히 평화적이어야 하고, 의사표시도 질서를 지키는 자제가 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 혼란과 무질서의 극한상황의 책임을 전적으로 시위군중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경찰의 시위에 대응하는 자세도 문제다. 정부의 방침이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는 무조건 최루탄 남발에 의해 진압하려는 위압적 자세는 결국 그 집회나 시위를 과격화,폭력화로 치닫게 하고 만다. 박종철군 추모제를 비롯한 몇몇 야권 행사가 과격시위로 발전해버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보아도 그렇다.
구호와 행진으로 시작되는 시위에 과도한 최루탄 세례로 대응하는 것도 시위대를 화염병으로 맞서게하는 요인이다. 시위군중의 해산에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연세대 이한열 눈의 경우에서 단적으로 표출됐듯이 최루탄의 과용 내지 오발은 시위군중의 폭력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경찰의 과잉된 진압의욕은 달아나는 학생들까지 끝까지 쫓아가 폭행을 가하여 끌고가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이런 양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위군중의 적대감과 분노를 유발하고 결국 극도의 혼란상을 빚는 결과가 된 것이다.
진심으로 구국의 충정에서 시위군중과 진압경찰에 모두 자제와 절도를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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