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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관련 고소 취하하라”…이완영, 성주 군의원 만나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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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완영(59·고령-성주-칠곡)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고소인을 협박하고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최근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맡아 청문회 증인들에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은 정치인이다.

본지, 회유·협박 담긴 녹취록 입수
19대 총선 때 2억여원 빌려 안갚아
동생은 전화해 진술 입맞추기 시도

성주군의회 김명석(53) 의원은 25일 이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취 파일, 자신과 이 의원의 친동생 이모씨(사업) 등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 파일을 본지에 공개했다.

김 의원은 2012년에 치른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2억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지만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했다며 사기와 무고 혐의 등으로 이 의원을 지난 3월 고소했다. 경북선관위도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재 대구지검 공안부가 이 사건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이 의원의 동생 이모씨는 지난 3월 18일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도 거기(검찰) 가야 되잖아요. (김 의원이 검찰에서 한 고소인 진술 내용을) 듣고 가야 입을 맞춰 가지고 그래 하지 싶어서(전화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3월 17일 검찰에서) 이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과정을 진술했다”고 대답하자 이씨는 “검찰청에 이야기를 그대로 한 것이냐. 어저께 내가 말씀드린 대로 서로 좋게 이야기 좀 안 했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어 “우리도 (검찰에) 들어가면 그걸 알고 들어가야 서로 간에 입이 맞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동생은 같은 날 다시 전화를 걸어 김 의원에게 “전화상으로 (검찰에 고소를) 취하하세요. 내가 (돈을) 해줄게요”라며 회유를 시도했다. 동생이 전화를 끊은 뒤 이 의원의 측근인 경북도의원 A씨도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 의원이 검찰에) 전화로 취하하면 아무 문제가 없대요. 이 사장님(이 의원의 동생)한테 돈을(받아놓겠다). 약속한 부분은 내가 갖고 있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경북 칠곡의 선거사무소에서 김 의원을 만나 “ 취하하라는 것은 (검찰에) 다 알아봤으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이야기를) 다 끝내놓고 미리 쉽게 처리하도록 해주는 것이지. 친고죄가 아니니”라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보인다. 회유가 계속되자 김 의원이 “형님(이 의원)이 힘이 있으면 위에 빨리 눌러 검찰에서 끝내야 한다”고 말하자 이씨는 “그것은 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이씨는 “나는 할 말이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고, 도의원 A씨는 “이 사장님(이 의원 동생)이 나까지 활용한 것 같다”고 했다.

정재형 변호사는 “고소를 취하하라고 한 부분은 강요 및 협박, 검찰 수사에 앞서 입 맞추기를 한 것은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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