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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허리 굵은 허벅지, 허허 웃는 내 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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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18면


인체엔 질병에 대항하는 능력을 가늠케 하는 신체 치수가 있다. 허리 둘레와 허벅지 둘레다. 정상 체중이더라도 허리 둘레가 평균 이상이면 마른 당뇨, 고지혈증 같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다. 탄탄한 허벅지는 신체를 균형있게 지탱하는 근육덩어리이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 당뇨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허리·허벅지 둘레는 나이가 들면서 망가지기 쉬운 체형을 극복하는 열쇠기도 하다. 중년에 접어들면 복부에 나잇살이 찌고 하체 근육은 줄어들면서 ‘ET형 몸매’가 되기 쉽다. 내년엔 실천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 대신 건강 수명을 늘리는 ‘1인치’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정상체중 혹은 저체중이더라도 허리 둘레가 평균 이상이면 건강엔 빨간불이 켜진 것과 같다. 허리 둘레가 남성은 90㎝(35.4인치), 여성은 85㎝(33.5인치)를 넘으면 복부 비만이기 때문이다. 골반에 걸치는 허리띠 사이즈와는 다르다. 배꼽 윗부분의 둘레를 재야 한다.


복부 비만이 위험한 건 내장 곳곳에 지방이 쌓여있다는 걸 의미해서다. 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내분비내과)는 “복부 지방(내장 지방)에서 분비되는 독소(유리지방산)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지방간, 근육 내 지방, 심장 주변 지방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복부 비만은 만성질환의 전조 증상이다. 대한비만학회가 건강보험 빅데이터(2008∼2012년)를 활용해 허리 둘레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체중은 정상이더라도 허리 둘레가 평균 이상인 그룹은 정상인에 비해 당뇨가 생길 위험이 2.1배 높았다. 체중과 허리 둘레 모두 비만인 그룹은 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최대 2.7배 높았다. 복부 비만은 고혈압·당뇨·비만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대사증후군은 심장병·뇌졸중 같은 중증질환의 뿌리다.


중년은 복부 비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은정 교수는 “운동 부족과 기름진 식습관이 만성화된 데다 중년 이후 감소하는 여러 호르몬 탓”이라고 말했다. 여성호르몬은 복부 비만을 예방하는데 폐경 후엔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남성호르몬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근육을 유지해 복부 비만을 예방한다. 그런데 남성 역시 갱년기가 오면 성호르몬 분비가 줄기 시작한다.


허리 둘레를 줄이기 위해선 식습관을 점검하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남규현 트레이너(TNK바디스쿨)는 “중등도 이상의 운동이 효율이 좋지만 40대 이후부터는 신체 회복력이 떨어지므로 저강도 운동을 1년간 꾸준히 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저강도는 최대 심박수가 40~50%(빠르게 걷기 정도) 수준의 운동이다. 30분~1시간씩 빠르게 걷는 운동을 주 5회 이상, 3개월간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습관도 바꿀 필요가 있다. 야채의 풍부한 섬유질은 콜레스테롤·지방이 체내에 흡수되는 걸 방해한다는 연구가 있다. 과자·케이크·빵 같은 고탄수화물 식품 섭취를 줄이도록 노력한다. 탄수화물도 과하면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에 쌓인다. 남규현 트레이너는 “간식을 먹지 않고 하루 세 끼만 먹는 전략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일·떡을 간식으로 달고 살았다면 점심을 먹을 때 아예 같이 먹는 것이다.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무의식적으로 섭취했던 불필요한 열량을 줄일 수 있다.


굵은 허벅지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 출력이 높은 것과 같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소화기관에서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액을 통해 몸 전체 근육으로 보내진다. 신체의 큰 근육인 허벅지는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부위다. 허벅지가 발달하면 신진대사가 좋아지는 것이다. 반면 허벅지가 가늘어 포도당을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면 체내에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변해 혈관·내장·간 등에 쌓인다.


허벅지가 발달한 사람은 성인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가 여럿 있다. 덴마크 연구에 따르면 허벅지 둘레가 60㎝ 미만으로 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2배 높다. 국내 연구(연세대보건대학원, 2013)에서도 허벅지 둘레가 1㎝ 줄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남자는 8.3%, 여자는 9.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허벅지 둘레가 두꺼울수록 총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낮았다. 남성의 평균 허벅지 둘레는 51cm(20.1인치), 여성은 46cm(18.1인치)다.


허벅지 근육은 무릎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한다. 무릎뼈를 단단히 잡아주면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연골이 닳지 않도록 돕는다. 이은정 교수는 “노인은 허벅지 근육이 감소했을 때 근력과 평형감각이 떨어져 넘어지기 쉬워 골절로 이어지므로 하체 운동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런 허벅지 근육은 노화와 함께 쉽게 빠지는 부위다. 신체 근육의 70%가 하체에 밀집해 있다. 50세가 넘으면 1년에 500g씩 근육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허벅지 근육은 큰 근육이라서 조금만 노력해도 운동 효과가 좋다. 허벅지 둘레를 키우는 방법은 근력 운동이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부력 덕에 관절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근력을 강화한다. 무릎을 많이 쓰는 평영보다는 자유형·배영을 권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물 안에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실내자전거타기도 관절에 큰 무리 없이 다리 근력을 강화해준다. 이은정 교수는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면 체내 에너지 소비 효율이 좋아져 자연스럽게 허리 둘레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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