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 챔피언 레슨] 1.5m 짧은 퍼팅, 홀 안쪽 뒤편 보고 가볍게 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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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주까지는 퍼팅의 기본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주에는 먼 거리와 짧은 거리에서 퍼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20>거리별 퍼팅 전략
5m이상 떨어졌을땐 거리감 중요
캐디 의존 말고 직접 걸어서 측정

먼저 홀까지 5m 이상 떨어진 먼 거리에서 퍼팅하는 요령이다. 롱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감’ 이다. 아무리 방향을 잘 맞췄다고 해도 거리가 맞지 않으면 다음 퍼팅도 쉽지 않다. 일단 거리만 잘 맞추면 다음 퍼팅을 쉽게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런데 첫 퍼팅에서 거리가 맞지 않으면 다음 퍼팅도 실패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퍼팅을 앞두고 거리감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로 그린 위를 걸어가며 홀까지 얼마나 떨어졌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똑같다. 직접 걸어서 거리를 재는 습관을 갖고 있는 골퍼와 그렇지 않은 골퍼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리를 재거나 퍼팅 라인을 확인할 때 캐디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홀까지의 거리를 발로 측정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퍼팅을 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계산을 하고 퍼팅을 하기 때문에 실제 몸으로 느껴야만 알 수 있는 사항들을 놓치기 쉽다. 그 결과 거리감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이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스트로크의 리듬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걸어서 거리를 측정한 뒤 거기에 맞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전에서도 경험을 많이 쌓아야 자기 만의 거리감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샷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롱퍼팅은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이 많아지면 그만큼 온전히 스트로크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사를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걸어가면서 거리를 계산한 다음 무심한 상태로 퍼팅을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엔 이렇게 했을 때 롱퍼팅을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중요한 점은 스트로크 할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드레스를 한다는 것이다. 어드레스를 한 후에 방향을 고쳐 서면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구르기 쉽다. 따라서 눈으로 방향을 확인하면서 어드레스하고, 그 후에 고개를 돌려 스탠스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짧은 거리의 퍼팅이다. 골프에 있어서 심리적인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샷이 쇼트 퍼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홀까지 약 1.5m 정도의 거리는 가장 까다롭다. 정상급 프로골퍼들도 종종 이 거리에서 실수를 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짧은 퍼팅은 홀 뒤편을 보고 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퍼팅 라인의 경사가 심하지 않다면 특히 그렇다. 짧은 퍼팅을 할 때는 시야에 홀 뒤편이 들어오기 때문에 거리감을 잡기가 어렵지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정확한 힘으로 홀의 입구에서 공이 톡 떨어지게 할 수도 있고, 농구에서 백보드를 맞혀 골을 넣는 것처럼 과감하게 홀 뒤편을 때려 넣을 수도 있다.

내 경험상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럽게 공이 홀로 떨어지도록 퍼팅을 하는 것이다. 뒤쪽 턱을 맞혀 튕기는 것이 아니라 굴러가는 힘으로 떨어지면서 홀의 뒤쪽이 맞는다는 뜻이다. 이런 방법으로 퍼팅을 하면 공이 살짝 옆으로 가더라도 홀로 떨어질 확률도 있다. 혹여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퍼트가 어렵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짧은 퍼팅을 할 때 신경써야 할 것은 거리보다는 퍼팅 라인이다. 그렇지만 퍼팅 라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스트로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입스(Yips·스윙을 하기 전샷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안 증세)’ 란 단어는 짧은 퍼팅의 실수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만큼 쇼트 퍼팅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짧은 거리에서 퍼팅을 할 때는 경사나 라인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홀 안쪽을 보고 과감하게 퍼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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