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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진 경북경찰청장 시집 펴내…먼저 떠난 아내 그리움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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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긴 투병 가운데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았던 옆지기가 꽃향기 만발하던 봄날에 훌쩍 떠났습니다. 허공에 부질없이 쓴 편지들을 모아봤습니다.

답장이 오지 않을 편지입니다." 박화진 (53)경북경찰청장이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아내 고(故) 이은경씨를 생각하며 쓴 시를 모아 지난 10일 시집으로 펴냈다.『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란 제목의 이 시집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박 청장의 절절한 마음이 담겼다. 고인은 유방암으로 13년간 투병했다.

'스물여섯 개의 별'이란 시는 결혼 26주년이 마지막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듬해 아내가 떠나가버린 상황을 표현했다. '그리움'에서 박 청장은 "밤을 지새워 그리워해도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내 벗, 내 사랑"이라며 아내를 불러보기도 했다. '홀로서기'에선 처음으로 아내 없이 맞은 결혼기념일에 든 헛헛한 감정을 시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시집에 '웃음미학' 시리즈를 실어 웃음을 잃지 말자는 뜻을 전했다. 그는 "하루가 다 가기 전에 웃고 끝내야 남는 장사하는 것"이라며 "웃기고 자빠진 놈이 되기보단 웃기려고 자빠지는 놈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시집 끝부분에 있는 수필 '카푸치노 哀歌(애가)'에는 아내가 병실에 잠든 뒤 병원 카페에서 마신 카푸치노 이야기가 나온다. 박 청장은 카푸치노를 마실 때마다 먼저 떠난 아내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한 잔 정도는 마시게 되니 하루에 한 번은 떠난 아내와 함께하게 되는 셈"이라며 "카푸치노 마시기를 그만두는 그날이 아내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 청장은 "아내의 병이 깊어지던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아픈 아내의 곁에서 새벽에 일어나 끄적이고 공원묘지에서 쓰기도 한 시를 차곡차곡 쌓아 시집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책 수익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통해 아프리카 아동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계성고와 경찰대(2기)를 졸업하고 1986년 경찰에 입문해 경기 과천경찰서장, 경찰청 감찰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 등을 지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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