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억원 적자 ‘돈 먹는 코끼리’ 리우 골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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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오랜 재정난으로 사실상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 [리우 AP=뉴시스]

오랜 재정난으로 사실상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 [리우 AP=뉴시스]

박인비(28·KB금융)는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박인비가 금메달을 땄던 바로 그 장소, 올림픽 골프 코스가 올림픽이 끝난 지 4개월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브라질 인구 0.0001%만 골프 즐겨
직원 월급도 못주고 악어·뱀 들끓어

미국의 골프닷컴은 20일 “리우 올림픽은 기억만 남았을 뿐이다. 올림픽 골프 코스는 ‘화이트 엘리펀트’ 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화이트 엘리펀트’란 돈만 많이 들어가고 처치곤란한 애물단지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는 건설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바하 다 치주카 해변 지역의 야생 동·식물 서식지에 들어선 이 코스는 환경 단체들의 소송을 겪으면서 건설에만 3년이 걸렸다. 건설 비용은 무려 238억원(약 2000만달러)이나 들었다. 그러나 덩그러니 코스만 완성됐을 뿐 프로 숍은 물론 식당조차 들어서지 않았다.

올림픽 개최 이후엔 더 골칫거리가 됐다. 지역 주민에게 74달러(약 9만원), 관광객에게 192달러(약 23만원)의 그린피를 받고 있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재정난에 빠졌다. 재정난이 이어지면서 코스는 그대로 방치돼 악어·뱀 등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 됐다. 골프닷컴은 “골프장 한 달 운영비로만 약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정도가 든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골프 인구는 전체 인구(2억500만 명)의 0.0001%인 2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 600만 명인 대도시 리우의 골프 인구는 고작 1500명 정도다. 리우 시장 에드와르도 파예스는 “올림픽이 아니었으면 골프장을 짓지 않았을 것이다. 시 차원에서 후원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브라질골프협회(BGC)가 운영하고 있는 올림픽 골프장은 적자를 면하기 위해 내년부터 새로운 코스 매니지먼트 회사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그린피도 내국인과 관광객을 가리지 않고 80달러(약9만5000원)로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운영을 맡길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BGC의 파울로 파체초 회장은 “골프장이 정상화되려면 앞으로 반 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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