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으로 난국 풀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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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년같으면 「하한」으로 접어 들었을 정국은 꼬이고 엉킨채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다. 풀리기는커녕 더욱 뒤틀리고 자꾸 극한 대치쪽으로만 치닫고만 있다.
지금 여야는 6월 10일의 대회전을 앞두고 온통 당력을 거기에만 쏟고 있다. 다른 문제는 돌아볼 여력도 겨를도 없는 것 같다.
민정당은 이날 다음번 대통령후보를 뽑는 정기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고, 한편 민주당과 재야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헌법잭취 국민운동본부」는 같은날 「박종철군 사건 조작규탄과 4·13조치 철회 및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무슨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여야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해졌고 애꿎은 국민들은 또 한번 최루탄 가스로 눈물을 흘리면서 교통마비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할 판이 되었다.
한때 반짝하던 노태우대표와 김영삼총재간의 여야대화도 당장 열릴 가능성은 까마득해졌다. 임시국회 문제만 해도 민주·신민·국민등 야권 3당이 소집을 강행, 이에 대해 민정당이 부삼방침을 굳힘으로써 개회는 되어도 유회되고 말것이 뻔해졌다.
더우기 일단 잠잠해지는가 싶던 민주당의 통일 정강 시비도 검찰이 문안 작성자에 대한 구인상을 집행, 정국을 냉각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을 추가했다.
정부·여당은 야권의 어떤 반발도 공권력으로 대응한다는 강경방침으로 다시 돌아선 것 같고 이에 맞서 야당은 재야세력과 연계해서 양외투쟁을 퍼 나갈 움직임이다.
정치가 일상에 전념할수 있게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데 1차적 책무가 있다고 그처럼 강조했건만 결과적으로 우이독경만 되풀이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절망해서도 안되고 단념할수는 없다. 이 나라는 몇몇 정치인들이나 정파의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의 생존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야의 정면대결이 부를 엄청난 재앙을 막을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을 거듭 촉구하지 않을수 없다. 늦기는 했지만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는 법이다. 문제는 국가적인 재앙을 피해야 한다는 절실하고 절박한 의지가 정치인들에게 있느냐에 있다.
물론 가장 손쉬운 것은 힘으로 밀어 붙이면 될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참다운 해결수단이 될수는 없다. 정치에서 힘의 논리를 배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힘으로 무어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한낱 단세포적 발상에 불과하다. 2·21총선후의 개헌논의과정이 무엇보다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여당의 입장에서 전당대회는 물론 중요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엄연히 통치권을 행사하는 시기에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한다는 대회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훌륭한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따르지 않는다면 전당대회는 집권당의 「집안잔치」 이상의 뜻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자부하는대로 민정당은 국정을 주도해야할 여당이다. 다음번 대통령후보까지 선출하게 되면 민정당의 책무는 한층 초중해 진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자제, 자중하고 대국적인 시각에서 정국을 푸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를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른다고 하지만 야권의 집회를 원천 봉쇄하면서 치르는 행사가 국민들 눈에도 과연 「축제」로 비쳐질지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박군사건은 한마디로 공권력의 과잉행사가 고스란히 집권당의 부담으로 돌아왔음을 교훈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를 순리적으로 푸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야간에 힘만을 앞세운 강경대응은 결코 현재의 난국을 풀수있는 방법은 될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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